[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어제 괜한 일로 부부싸움하고 학교에 출근했다.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 댄 내가 스스로 한심스럽다. 큰 형님께서 카톡으로 보내오신 글들을 보며 울적한 마음을 싹이고 있는데 그 중 ‘남편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글이 내 마음을 파고든다.

남편은 육군 대령으로 재직하다 예편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아들 내외가 퇴임을 축하드린다며 찾아왔습니다. 모처럼 행복한 저녁을 먹고 난후 아들내외는 지금 하는 식당이 비전이 없다며 다른 사업을 하고 싶은데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 내외를 돌려보내고 깊은 시름에 빠진 내외는 몇 날 며칠 그렇게 밤을 보낸 뒤 아내의 간곡한 청도 있고 해서 아침 일찍 자식 내외에게 송금을 하고 돌아오는 남편, 아내를 보고선 “자식은 저승에서 온 빚쟁이라더니..”

번질나게 선물 사들고 부모님 집을 드나들던 아들 내외의 발걸음이 뜸해지던 해. 밤늦게 빚쟁이들에게 쫒긴다며 도피자금을 달라는 아들놈. 아버지는 어이가 없어하고, 엄마를 붙들고 온갖 애원을 하는 아들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엄마. “이 집은 절대 안 된다” 단호한 아버지의 말에 “아버지도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거고 저도 손자여서 권리가 있어요”라는 말에 뺨을 후려치는 아버지.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안절부절 못합니다. “아버지 죽어도 안 올 거예요”라며 대문을 박차고 나가버립니다. 그 다음 날 창백한 얼굴로 며느리가 옵니다. “어머니, 애 아빠가 죽는다고 전화 왔어요” “어머니, 어머니도 이 집에 몫이 있잖아요 ,아버지에게 달라고 하세요” 한참을 울먹인다.

머뭇거리던 아내가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이혼합시다, 이혼하고 내 몫 주셔요. 그 돈으로 아들 살릴 랍니다” “당신 이렇게까지” 마음 맞춰 정주고 살자던 아내가.. 가슴의 응어리를 안으로 녹이면서 법원을 나서는 두 사람 “임자, 거처할 곳은 있소?” 남편의 말에 “걱정 말아요. 얘들이 좋은 집 마련해 준다고 했으니” 아내를 기다리던 아들 내외는 엄마가 건네는 돈을 받으며 “엄마 걱정 마, 제가 생활비 섭섭하지 않게 매달 보낼 테니” 처음 몇 달간은 잘 들어오던 생활비가 한 달을 건너뛰더니 이제는 들어오질 않습니다. 허드레 청소일로 연명하며 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간신히 살아갑니다. 손자보고 싶어 아들 집에 갔습니다. “됐고요. 애도 학원 다닌다고 바빠 저도 얼굴 못 본지 오래 됐어요” 며느리는 매몰차게 내뱉고는 쫒기 듯 들어가 버립니다. 며칠이 흐른 어느 날 딸이 아버지를 찾아옵니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의 병원비 때문입니다. 말없이 따라나선 아버지는 병원비를 계산해 주고선 아내가 있는 병실로 들어와 아내를 감싸 앉습니다. 남은 돈으로 작은 아파트를 구입해서 지내고 있으니 “우리 합칩시다.” 드디어 오늘은 남편이 아내의 짐을 가지러 오기로 한 날입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남편은 오질 않습니다. 딸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황급히 남편의 집으로 가보니 남편이 죽어있었습니다. “심장마비.” 아내와 이 집에서 같이 살 그날만을 기다리다 그 날이 되는 날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장례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 딸과 어머니의 눈앞 책상위에 서류 한 뭉치가 있습니다. 아내와 이별할 때의 참담함 그리고 아내와 합치기로 한 전날의 기쁨까지 한 글자 한 글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노란 종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부 등본] 소유자 “김영자” 아내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상은 실화라고 합니다. 자식 소용없습니다. 부부끼리 잘 삽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