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원 前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목요사색] 권신원 前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얼마 전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며칠 동안의 일정으로 몸은 녹초가 되고, 타려던 비행기는 지연 출발이 되는 바람에 비행기에 탑승해 좌석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잠들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움직이고 스르르 눈이 감기며 잠을 청하려 하는데,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이 내 어깨를 툭 치더니 공용으로 사용하는 중간 팔걸이를 마치 자기 것처럼 독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옆 분도 많이 피곤하니까 그러겠지 하는 생각으로 참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쪽 무릎이 내 자리로 넘어오도록 양 다리를 쫙 벌리며 아주 편안한 자세로 코까지 골면서 꿀잠을 자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어깨를 툭툭 치며 경계를 넘어왔다는 신호를 보내니 잠깐 뒤척이며 자세를 바로 잡는 척 하더니 이내 편안한 자세로 다시 내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 그렇게 무겁던 눈꺼풀이 활짝 열리면서 잠은 언제 졸렸냐는 듯 싹 달아나버렸다.

약이 올랐다. 어떻게 옆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만 그렇게 편히 자는지. 참 배려라고는 자다가 생긴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승무원을 부를까도 생각했지만 그런 것을 가지고 불평을 늘어놓는 참을성 없는 승객이 되기 싫어서 그것마저도 참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한 쪽 신발을 벗더니 다리를 무릎에 얹어 발바닥이 나를 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냄새는 덤이었다.

너무나도 힘든 비행이 끝나고 한국에 도착해서 같이 온 일행들에게 배려없는 옆 사람 얘기를 했더니 일행들도 잠 한 숨 못자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일행들은 앞뒤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편히 쉬지를 못했는데, 특히 한 부부가 싸움을 하는지 비행 내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하다. 좀 조용히 해달라고 얘기도 해봤지만, 격한 대화에 소리만 더 커지는 효과만 있었다고 한다.

남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적 장애를 일컬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라고 한다. 배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데, 어려운 것이 아닌데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방은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 코 고는 소리는 어쩔 수 없다지만 자기가 차지할 수 있는 좌석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부득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말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양해의 뜻을 전하기라도 한다면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상처를 받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어느 책에서 배려를 이렇게 정리한 기억이 있다. 배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배려는 받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이다. 배려는 날마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배려는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이다. 배려는 사소하지만 위대한 것이다.

사소하지만 위대하다는 표현에 큰 울림이 느껴진다. 평상시 일상 생활 속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이 곧 나를 위한 큰 선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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