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월요일마다 등산하는 친구들과 상당산성을 다녀왔다. 산에 오르니 아직은 단풍이 절정이어서 무척 다행이다. 가을 산의 만산홍엽(滿山紅葉)은 수많은 등산객들의 옷 색깔과 어울려 화려한 색을 마음껏 뽐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생활에 윤활유와 활력소 역할을 하고, 심신(心身)이 지친 자신에게 칭찬과 보상도 하고,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기에 등산만큼 좋은 것이 없는 듯하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오르내린 상당산성 길이지만 산과 나무들이 그때마다 반겨주는 모습이 다른 것은 왜 그럴까.

온 산이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들어 가슴 설렜고 더욱 행복한 것은 공기가 맑았다. 봄철도 아닌데 미세먼지 상황이 며칠 매우 나빴는데 그날은 ‘미세먼지 좋음’이고, 거기다가 ‘초미세먼지 좋음’이다. 산 위에 오르니 청주 시내가 먼 곳까지 아스라이 보여 파란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뭉게구름을 타고 있는 듯하다.

단풍과 전망에 취해 무아경(無我境)이라 함께 걷던 친구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 이곳이 무슨 산인 줄 알아?” 영문을 몰라 우두커니 있자니, “여기가 바로 ‘망산’이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특별히 높지도 않은 곳이라 모두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무슨 ‘봉’이름 정도가 어울리는 곳 같지만 당당한 ‘산’이란다. 어떤 등산 앱을 이용하면 나온다는데…….

집에 와서 지도를 찾아보니 ‘망산(348m)’으로 나와 있어 무척 신기하다. 내친김에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라는 말을 되새기며 우암산과 상당산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청주의 진산인 우암산(353m)은 와우산이라는 별칭처럼 산세가 소가 누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속리산 천왕봉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내려온 한남금북정맥 산줄기에 속한다.

청주 동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선도산-것대산-상당산-구녀산이고, 청주 상당산성의 주봉 상당산(上黨山·491.5m)이란 이름은 삼국시대에 청주가 백제의 상당현이었던 데서 비롯되었다. 상당산(上黨山) 서쪽과 남쪽은 급경사이며 이 골짜기에 흐르는 물은 무심천(無心川)을 거쳐 금강으로 흘러가고, 동쪽은 완만한 지형을 이루는데, 이 골짜기의 물은 미원천을 거쳐 남한강에 합수된다니 많은 교훈도 주고 신기하다.

성곽 안쪽으로 아늑한 숲길도 있지만, 더 전망이 좋은 성곽 둘레길을 걸으며 온갖 시름을 떨치며 신비의 기(氣)를 받는다. 남문 앞쪽에 있는 시비(詩碑)처럼 조선시대 초기 대문호이고 필자의 직계 조상이신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이 이곳에서 ‘유산성(遊山城)’이라는 역사적인 시를 남길만한 자연과의 조화가 아름답고 우아한 상당산성이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가니 만원이라 한적한 다른 식당으로 가서 창가에 앉으니 그때서야 다른 사람들이 몰려든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일까. 평일인데도 산성 가을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무척 여유로운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금상첨화로 마침 ‘백만 송이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른 봄부터 땀 흘려 재배한 분 덕분에 백만 송이도 넘을 듯한 화사한 국화와 벗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국화꽃을 닮은 분이 따라준 국화차를 마시니 머리를 맑게 하고 심신이 안정될 것 같다. 유서 깊은 상당산성이 더욱더 뜻깊고 아름다워 온종일 즐기며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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