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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 열 손가락도 민심이요 천심이다곽봉호 옥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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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7  13: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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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곽봉호 옥천군의원

자기표현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의 하나이다. 인간이 아무런 제약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표현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언론의 자유다. 인간의 존엄성에 필요한 수단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통치 질서의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는 도덕적으로 필요한 생명의 공기를 공급해주는 것이라 말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다. 이런 공기를 차단하면 숨이 막힌다.

큰길에서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지 못하거나 자기의 생각을 마음대로 글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암흑의 세계가 될 수밖에 없다. 통제와 탄압이 심한 포악한 정치가 두려워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그래서 길에서 만나면(道路) 할 이야기를 눈짓으로 교환(以目)할 수밖에 없다.

고대 중국 주(周)나라의 폭군 여왕(厲王)에서 비롯됐다. 10대인 여왕은 포학하고 사치스러운데 다 오만한 성격이어서 온 나라 백성들은 그를 비방했다. 그러자 소공(召公)이 왕에게 백성들이 명령을 감당하지 못한다며 간했다. 여왕은 화를 내며 위무(衛巫)를 시켜 욕하는 자들을 감시하고 잡히는 대로 사형을 시켰다.

백성들은 불만이 있어도 밀고가 두려워 비방하는 사람이 드물어지고 제후들도 조회에 오지 않았다.왕이 더욱 엄해져 나라가 조용해지자 백성들은 감히 말을 하지 못한 채 길에서 눈짓만 보냈다. (王益嚴 國人莫敢言 道路以目 왕익엄 국인막감언 도로이목) 여왕은 크게 기뻐하며 비방을 금지한 것이 정치를 잘 하는 것이라고 소공에게 자랑했다. 소공은 비방을 억지로 막아 조용할 뿐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물길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고 간언했다. (防民之口 甚於防水 방민지구 심어방수)

“이는 말을 못하게 막은 것뿐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심각합니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다치는 사람이 반드시 많은 것처럼, 백성들 또한 이와 같습니다. 때문에 물을 다스리는 자는 둑을 터서 물길을 이끌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마땅히 그들을 말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여왕은 백성들이 난을 일으키자 체(彘) 땅으로 도주하여 숨어살다 죽었다.

현재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렸고, 백성들의 속내는 입뿐만 아니라 열 손가락을 통해 쉴 새 없이 표출되고 있다. 민심과 여론의 본질은 달라진 바 없지만, 그 다양함과 질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이런저런 폐단과 문제점들이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민심과 여론이 결합되어 엄청난 정치력으로 표출되고 있다.

여기에 놀라 얼이 빠진 정치가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백성들의 입과 손가락을 틀어막겠다고 한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성들, 자신들에게 통치를 잠시 위임한 주권자들의 속내까지도 어찌 해보겠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

만에 하나 백성들의 입, 아니 백성들의 열 손가락을 억지로 묶어두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 묶은 백성들의 열 손가락이 어디를 향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백성들의 입은 쇠도 녹이며’, 백성들의 열 손가락은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입도, 열 손가락도 민심이요 천심이다. 민심을 잃은 자,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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