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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삶속의 성숙함박기태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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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0  15: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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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박기태 건양대 교수

갈색으로 물든 잎새들이 지난날의 아쉬움을 달래듯 바람에 온 몸을 실어 거리에 나뒹굴고 있다. 뜨거운 목마름과 아우성만을 던져주고 간 여름날은 우리를 유혹했지만, 가을의 길목 어디에선가 시인 자크 프레베르가 노랫말을 쓰고 이브몽땅이 노래한 고엽 (Les Feuilles Mortes) 이 들려오는 듯한 계절이기도 하다. ‘… 그 무렵 인생은 덧없이 아름답고, 태양도 지금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네. 고엽은 삽으로 퍼서 모아진다네. 알다시피 나는 잊을 수가 없다오. 추억과 회한도 또한 고엽과 같다는 것을…’

뜨거운 열정을 뒤로 하고 내면의 거울에 나 자신을 비춰보며 고요히 나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계절, 가을은 문득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따금씩 낯선 곳에 대한 동경 때문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현실에서 느끼는 무료함과 목마름이 늘 새로운 곳의 물을 퍼마시고 싶게 하듯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낯선 곳의 새로운 맛을 잃어갈 때쯤이면 떠나는 길을 돌아보게 되고 돌아가야 할 우리 삶의 근거지가 없다면 어느 누군들 홀연히 여행길에 나설 수 있으랴? 늘 그러하듯 우리의 삶은 추억과 회한의 반복이며 계절의 순리에 따라 잎은 피고 지며 고엽이 되듯이 현재의 자리를 떠나는 것이어야 함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향이 많다.

이 세상에 편안함과 안정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안정이란 말은 어쩌면 우리를 가장 많이 기만하는 말 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나그네의 길에 안정을 꿈꾸는 것은 구름이 머물러주길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뼘의 땅 위에 서서 불안하게 서성거리기만 하는 날들의 쓸쓸함과 고독, 그런 것들을 달래주고 잠재우기 위한 것이 그리고 잠시 동안의 불안을 덮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 안정일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필멸의 인간들에게 최대의 적은 안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것만이 중요한 일이다.’ 라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것에 대한 준비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고로 안정이 미덕인 양 읊어대는 것은 아마도 속임수일 것이다. 세월의 한 모퉁이에서 이미 흘러간 시간 속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우리의 삶은 한순간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우리가 돌아가 쉴 곳이 있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자.

흔히들 가을은 결실의 계절 이라고 말한다. 그 결실이 크던 작던 간에 우리는 그것에 안정만 갈구하지 말고 더 나은 성숙함을 찾아 떠나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내면과의 갈등에서 싸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비록 살아있는 동안 보이지 않는 작은 점으로 남아있다 할지라도 현재의 자리를 떠나 혼신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남기려고 애도 써보자.

가을의 맑은 하늘과 예리한 칼끝처럼 자극하는 조화 속에서 자기 자신만의 생동감을 느끼며 꾹꾹 눌러 담은 지난날의 이야기들을 전할 수 없었던 마음은 망설임 속에서 지워버리자.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나는 노을빛 바람 속에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깊이 되새겨보자. 어쩌면 앞으로만 향하여 떠나는 것이 삶이어야 하는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리움이라고 차마 부르지 못할 지난날들의 회한들은 가슴시린 기억들로 남겨두자. 이러한 까닭에 오늘 밤 나는 잠을 자지 않으리라. 청춘보다는 중장년에 더 가까워지는 내 가을의 여정 속에 어떤 성숙함이 기다릴까 두려움과 기대감이 밀려올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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