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에도 마찰 잦아
경찰, 조만간 동기 조사

[진천=충청일보 박병모기자] 충북 진천에서 12명의 사상자를 낸 문중 시제 방화 사건은 종중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불인 가해자 A씨(80)는 과거 종중 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8개월간 복역한 후 출소해 종중원들과 지속해서 대립각을 세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과거 종중의 감사 및 종무위원으로 지내면서 종중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하지만 2009년 9월 종중의 위임을 받아 종중 땅 1만여 ㎡를 민간개발업자에게 매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개발업자에게 넘긴 종중 땅의 매매가 2억5000여 만원이었다. 개발업자는 매매 잔금을 8차례에 나눠 A씨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A씨는 이렇게 받은 돈 1억2000여 만원을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종중에 귀속해야 할 돈을 A씨가 사적으로 쓴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종중은 그를 검찰에 고소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정에서 "업체가 제때 주지 않는 매매 잔금을 내 노력으로 받아냈기 때문에 종중의 돈이 아니라 내 돈"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종중의 허락 없이 토지 매매 잔금을 임의 사용한 것으로 횡령죄에 해당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가 종중을 위해 1억1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A씨가 공탁통지서에 자신의 주소지를 적어 종중이 공탁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결국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A씨는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수감생활을 했다.

출소 이후에도 종중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해야 했던 A씨는 깊은 앙금이 쌓였고, 종중인들과 번번이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화 사건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한 목격자는 "종중원들이 절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A씨가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며 "그는 종중 재산 관련 문제로 평소 중종원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