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을 일괄 폐지키로 하면서 교육계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등이 술렁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7일 '제2의 고교 평준화'라고 평가할 수 있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내놨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했던 49개 일반고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다만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과학고·영재고는 존치하기로 했다. 이로써 외고는 도입된 지 33년, 국제고는 27년, 자사고는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실상의 '완전 고교 평준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 정책을 접합 초·중·고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대입제도 방향이 하루아침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모집 비중 확대 쪽으로 선회한데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2025년 일괄 폐지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고 등 폐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사안이라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뒤집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2022년 대선에 따라 교육 정책이 다시 바뀔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언급하며 마련됐다. 교육부가 앞서 '고교 서열화'는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정시 확대는 없다'는 방침을 밝혀오다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즉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백년대계'라는 교육 정책 기조가 흔들리며 결과적으로 교육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당장 교육단체들은 찬반 견해를 밝히며 논란에 불을 지폈고, 학생과 학부모들도 일관되지 않은 교육 정책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교육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다 보니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그대로 믿으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교육이 국가와 사회 발전의 근본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앞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사회가 교육을 논하거나 교육에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정책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바라보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루아침에 국가 백년지대계를 뒤흔드는 정책의 전환은 국민들로부터 결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백년지대계는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더욱이 정치나 이념 대립으로 치우쳐서도 안된다. 교육정책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결정할 게 아니라 국가미래를 보고 마련돼야 한다. 더이상 잦은 입시제도와 고교체제 개편으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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