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19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 전 유럽에는 결핵이 만연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 직원 아이날 홀벨은 당시 많은 어린이들이 결핵으로 죽어가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날 연말에 쌓이는 크리스마스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하던 홀벨은 동전 한 닢짜리 증표를 우편물에 붙여 보내도록 하고 그 동전을 모으면 결핵 퇴치 기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시 국왕인 크리스찬 9세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이 아이디어의 결과물은 마침내 1904년 12월 10일 세계 최초로 세상에 나왔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씰이다.

 홀벨의 소박한 발상은 많은 덴마크인들의 공감을 얻었고 이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크리스마스 씰 운동은 빛을 발하게 됐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씰 운동은 곧 미국,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등 주변국으로 퍼졌으며 1915년엔 루마니아에까지 전파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12월 일제 강점기 캐나다의 선교의사인 셔우드 홀이 처음 시작했다.

 8·15 해방 후에는 해주에서 셔우드 홀을 도왔던 문창모 박사가 주도해 1949년 한국복십자회에서, 1952년엔 한국기독의사회에서 씰을 발행했다.

 크리스마스 씰 운동이 범국민적인 성금 운동으로 바뀐 때는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였다.

 크리스마스 씰은 이후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디자인과 품질이 대폭 향상됐다.

 우표처럼 씰을 수집하는 이들도 많이 생겼다.

 2009년엔 국민 스타인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를, 2011년에는 '뽀통령'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의 캐릭터들이 다양한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담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씰의 인기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씰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볼 수 있다.

 충북도와 산하 시·군들이 대한결핵협회 충북지부와 함께 올해의 크리스마스 씰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30억원이 목표이며 지난 달부터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추진한다.

 모금된 결핵 퇴치 기금은 취약계층 결핵 발견 및 지원, 학생 결핵환자 지원, 결핵균 검사 및 연구, 홍보 등 결핵 퇴치를 위한 귀중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올해 크리스마스 씰 주제는 '제주도와 해녀문화'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나아가 한정된 공유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삶의 지혜를 가진 해녀의 모습에서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함과 동시에 우리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인식하자는 뜻을 담았다.

 좋은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사망률이 1위라고 한다.

 남의 나라 명절인 크리스마스 관련인데 왜 신경을 써야 하느냐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연말이면 무조건 사야 했던 '강매의 추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운동이 갖는 취지를 생각하면 그런 건 사소한 껄끄러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연말이면 으레껏 떠올리는 단어로 송년회나 연말정산 등이 있지만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는 크리스마스 씰 한 시트로 국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도 생각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