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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그 연륜의 힘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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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4  14: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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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이광표 서원대 교수

2017년 9월, 월간지 ‘샘터’를 발행하는 샘터 출판사가 서울 대학로에 있는 사옥을 매각했다. 대학로 사옥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고, 샘터는 1979년 6월 이 건물을 사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붉은 색 벽돌에 담쟁이가 타고 올라간 모습이 매력적인 건물이다. 언제부턴가 이 사옥은 대학로의 상징물이 되었다. 그 외벽 꼭대기에 붙어 있는 정감 어린 서체의 샘터 간판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건물을 샘터가 매각한 것이다. 경영난 때문이었다.

2019년 10월, 샘터는 “12월호(통권 598호)호를 끝으로 월간지 샘터 발행을 무기한 휴간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정난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월간지 샘터가 1970년 4월 창간되었으니 창간 50돌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말이 휴간이지 사람들은 폐간으로 받아들였다. 샘터 발행인에게는 “안타까움과 위로, 격려, 배신감을 토로하는” 전화와 문자 500여 통이 날아들었다. 전화를 걸어와 정기구독 의사를 밝힌 사람도 많았다. 출판사를 방문해 격려금과 짧은 편지를 남긴 사람도 있었다. 그는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현재 소프라노로 활동하는 분이었다. “내 곁의 다정한 동반자를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고국의 소식을 전해주던 다정한 친구였는데….” 한 재소자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비록 갇혀있는 처지이지만 사회에 남아있는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겠습니다. 반드시 샘터를 계속 내주십시오.”

여기에 우리은행도 가세했다. 우리은행 사회공헌부 소속의 한 직원이 휴간 소식을 동료들과 공유했다. 그 얘기가 사내로 확산되면서 부서 임직원이 함께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은행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5000만 원을 후원하고 샘터에 지면광고를 게재하기로 약속했다. 또 우리은행 사내게시판 등을 활용해 샘터 구독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샘터는 다시 힘을 냈다. 11월 6일, 샘터 휴간계획을 철회하고 계속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샘터 창간 50돌 기념호가 나오게 되었다. 월간지 샘터는 창간 이후 줄곧 “평범한 사람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해왔다. 소설가 최인호,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 많은 분들이 지면을 빛냈다. 맑고 향기로운 글들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덕분에 발행부수가 한 때 월 50만 부에 달했다. 그러나 출판시장의 침체로 인해 발행부수가 2만 부로 줄면서 적자 폭이 계속 크게 늘어났다.

개인 독지가의 정성도 감동적이고 우리은행의 행보도 인상적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우리은행은 샘터에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시중 은행 중 저희가 제일 오래됐습니다. 49년 된 샘터가 1년만 더 버티면 반세기인데, 힘이 되고 싶습니다. 역경을 잘 극복해 계속 남아주길 바랍니다.” 활자의 가치, 잡지의 매력, 연륜의 힘을 곰곰 돌아보게 한다. 10년, 50년, 100년…. “오래된 것은 보석이 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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