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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친(毒親)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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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7  15: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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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최근 하루가 멀다고 아동학대에 관한 기사가 TV 뉴스나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에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사례는 36,417건으로 전년 대비 6.6%가 늘었다고 한다. 2010년 이후 아동학대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된지 오래다. 언어적 학대나 심리적 학대까지 포함하면 작년에 일본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의 피해자수는 16만 명을 넘었다.

가해자의 대부분이 아이들의 부모라고 하니 놀랍다. 심한 욕설부터 시작해 때리고 걷어차는 등, 아동에게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것 외에 최근에는 밥을 굶기거나 학교에 보내지 않는 식의 양육포기 사례도 늘고 있다. 한편으로 이이들이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일도 이제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해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로 인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에게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그 중에서도 모정(母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마가 자기 아들딸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아니 각별했었다. 작년 기준 전체 아동학대 사례를 보면 부모가 가해자일 경우가 70% 이상이었고, 그 중 친모에 의한 학대가 41%를 차지했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상당수 아이들에게 이제 엄마는 공포의 대상이고 희생은 아이들의 몫이 됐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기능부전가정(機能不全家庭)’, 즉 온전치 못한 가정에서 발생한다. 타인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절대강자인 부모가 절대약자인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주 비겁하고도 야만적인 행위, 그것이 아동학대다.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서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원래 사랑의 보금자리가 돼야 할 가정에서 최소한의 권리도 인격도 팽개쳐진 채 극심한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수잔 포워드(Susan Forward)는 이와 같은 부모를 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 ‘독친(toxic parents)’이라고 이름 지었다. 독친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도 무의식적으로 부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탓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어른이 돼서도 긍정적인 자아를 갖기가 어려울 뿐더러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나 가치를 상실해 평생 사회의 그늘에서 숨을 죽이고 살아가게 된다.

나도 부모가 된지가 30년 가까이 돼 간다. 열심히 산다고 아등바등 몸부림쳐 왔는데 환갑을 앞둔 나이에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구나 하고 매일 실감하면서 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왜 이리도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만 많은지.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가 “한국의 가족사상이 인류를 위해서 가장 위대한 사상이다”고 했다. 우리 애들은 다 컸지만 앞으로 내가 사는 동안 위대하지는 못할망정 독이 되는 부모만큼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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