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에 증거인멸·법정모독 등
요청서·94개 증거목록 제출

[충청일보 이정규 기자] LG화학은 14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LG화학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 날 이메일을 통해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증거개시(Discovery)' 과정에서 드러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판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LG화학이 제출한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이 지난 13일(현지시간) IT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행위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 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LG화학은 올해 4월8일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베이션은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4월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했다.

75개 엑셀시트 중 SK이노베이션이 8월21일 제출한 문서 중 휴지통에 있던 'SK00066125' 엑셀시트 1개에는 980개 파일 및 메일이, 10월21일에서야 밝혀진 74개 엑셀시트에는 3만3000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돼 있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SK00066125' 엑셀시트가 삭제돼 휴지통에 있던 파일이며, 이 시트 내에 정리된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데도 단 한번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 대해 ITC 및 LG화학 모르게 9월 말부터 별도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해 은밀히 자체 포렌식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 10월28일 SK이노베이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증인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탈취한 영업비밀을 이메일 전송과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과 LG화학 난징, 폴란드 공장의 코터(Coater) 스펙을 비교하고 해당 기술을 설명한 자료와 57개의 LG화학 소유의 레시피 및 명세서 등을 사내 공유 했다는 내용도 발견됐다고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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