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헌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통합암센터 교수] 현대 산업사회의 발달과 교통수단의 다양화, 도시 교통의 혼잡 등에 따라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의 증가에 따라 여성 운전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임신 중의 여성에 대한 교통사고 또한 늘어나고 있다. 임신 중 교통사고는 사고 당사자인 모체뿐만 아니라, 이차적으로 태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임산부는 외상으로 인한 목, 어깨, 허리 등의 통증뿐만 아니라, 사고에 대한 충격으로 인한 불안, 불면, 가슴 두근거림, 몸살 기운, 어지러움, 구역 구토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심할 경우 배 뭉침이나 태동불안 등의 유산증후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치료를 요하는 상황에서도 임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방사선 검사, 전기적 자극을 이용한 물리치료, 약 처방 등에 제한이 있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임산부 스스로 태아에 대한 영향을 우려하여 고통을 감내하며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임산부의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하여 유산의 방지와 태아의 안녕을 유지하는 안태(安胎)를 우선적으로 하며,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활혈(活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유근(柔筋), 통증을 줄이는 지통(止痛)의 원칙을 가지고 치료한다. 기존에 발표된 논문 자료들을 보면, 임신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해 한의약 치료가 우수한 효과를 보였으며, 특히 안전성이 있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본원에도 다수의 환자가 내원하여 통원 및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한방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사례를 보고 있다.

임산부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치료는 침, 약침, 부항, 추나, 한약처방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임산부에 대한 침 치료는 임신 중 시술을 금하는 혈 자리를 제외하고, 자극의 정도와 시간을 조절하면서 통증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시행한다. 약침은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 힘든 임산부에게 시술하여 국소 부위의 뭉침이나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근막을 이완시키는 추나요법과, 국소 통증부위에 부착하여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부항요법을 병용한다.

한약처방의 경우 엄마와 아기를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인 안태(安胎)를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는 약재를 더하게 된다. 종종 ‘임신 중에 한약을 먹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하는데, 임신 중 유산증후나 부정출혈 등을 치료하는 안태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한 임신의 유지에 도움이 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임산부에게 처방되어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된 약재만을 처방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한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교통사고, 특히나 임신 중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임산부들이 무조건 고통을 참기보다는, 한의약 치료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후유증을 치료하여 건강한 출산에까지 이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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