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가을이 깊어 간다. 산행하기도 좋은 날들이다. 지난 주말 단양 월악산 산행을 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산행은 날씨가 절반이고 나머지는 코스다. 이날 날씨는 너무 좋았고, 코스는 구담봉과 옥순봉을 가기로 했다. 들머리에서 30여분 오르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은 옥순봉 오른쪽은 구담봉. 옥순봉은 높이는 낮은데 거리는 멀었다. 구담봉은 더 높은데 거리는 가깝게 표시가 돼 있었다. 산행 인원은 7명이었는데, 산행대장이 옥순봉을 먼저 갔다가 구담봉을 가자고 제안했다. 먼 곳부터 가자는 제안에 궁시렁도 있었지만, 잘 모르는 길이라 모두 동의하고 결과적으로 산행을 잘~~했다.

산행을 모두 마치고 보니 옥순봉을 먼저 오르기를 정말 잘했다. 설명하자면, 옥순봉을 오르는 길은 무난했다. 살짝 내리막이 가팔라 미끄럽긴 했지만 그리 많은 체력을 소모하지 않았다. 옥순봉 길을 마치고 구담봉으로 가는 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힘드니 가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다. 반면 구담봉 길은 옥순봉에 비하면 상당히 가팔랐다. 나무데크로 이어져 걷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봉우리 오르막이 상당한 각도로 펼쳐졌다. 그래도 모두 잘 올라 좋은 풍광을 잘~~봤다.

구담봉에서 내려와 옥순봉 구담봉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행중 일부가 "구담봉을 먼저 갔으면 옥순봉에 가지 말자고 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모두 고개를 끄덕한다. 사실 옥순봉을 먼저 갔기에 구담봉을 갈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구담봉을 먼저 가서 체력을 모두 쓰고, 힘을 쓰고, 시간을 보냈으면 옥순봉에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인 중 한명은 "구담봉을 먼저 갔으면 옥순봉에 안가야 하는 이유를 열가지도 넘게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옥순봉을 먼저 간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의도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논의가 뜨겁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 출발은 사표방지, 정확한 표심 반영이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사표방지, 정확한 표심을 나타낼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참이다. 대의정치에서 선거는 민주주의 기본이다. 그래서 헌법에 선거원칙을 명기해 놓고 있다.

필자의 칼럼  '투표 4대 원칙-보통·평등·직접·비밀 (충청일보, 2018년06월06일자)'은 선거를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유권자가 선거를 제대로, 정확하게, 세심하게 할 때 대의민주주의가 완성된다. 각자의 한표는 소중함을 넘어선다. 선거법이 어떻게 바뀌건 한표의 의미는 엄청나게 크다.

정치의 핵심은 대화와 협상이다. 다른말로 하면 소통과 협치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선 '협의만 되면 남자도 여자로 바꿀 수 있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논의가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어떤 코스로 가느냐에 따라 모두가 원하는 윈-윈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서로가 상처만 입고 모두 패자가 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이제는 코스를 잘 골라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