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예로부터 입동 전후가 김장하기에 적기이다.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육거리종합시장에는 얼마 전부터 김장 시장이 열려 무척 붐비다. 우리 집도 김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몇 개월 전에 고향 후배에게 주문한 절임배추를 아침 일찍 싣고 왔다. 새벽까지 장맛비처럼 내려 길이 흠뻑 젖어 승용차에 흙탕물과 낙엽송 잎이 진득진득 붙어 끌탕도 한다. 몇 년 전까지도 배추를 사다 전날부터 절이고 김장을 한 것과 비하면 좀 수월하다. 매사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나이 탓으로 변명해본다.

주말에 김장을 하면 아들과 며느리가 와서 도와주겠지만, 평일에 할 수밖에 없다. 김장한 날 오후에 택배로 부쳐야 하는데 주말에는 안 되니……. ‘겨울의 반 양식’이니 어느 가정이든 연중행사로 김장을 담가왔다. 우리 집은 김장으로 한 접(100포기)씩 담갔던 때도 있었지만, 요즈음은 절임배추를 여덟 상자 정도 담는다. 집집마다 김치도 전보다 덜 먹는가 보다. 두 식구가 먹을 것만 한다면 두세 상자면 되겠지만, 자녀들 몫까지 넉넉하게 해야 한다.

지난주에 ○○산악회 일원으로 백양사를 갔다가 오는 길에 충남 강경젓갈시장에 들러 새우젓을 살 때 예상보다 좀 비쌌다. 산지(産地)도 육거리시장과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 집에서 제공한 잔치국수와 막걸리가 일품이니 젓갈 또한 믿고 싶다.

전날 무, 갓, 마늘, 쪽파, 생강 등도 샀다. 오래 전 여수 향일암에 갔을 때 어느 아주머니가 입에 넣어준 갓김치가 생각나 돌산 갓도 몇 묶음 사며 미소를 짓는다.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넉넉한 인정에 끌려서 오는 것 같다.

공용주차장이 있지만 비까지 내려 무거운 짐을 운반하려니 힘이 든다. 물건을 사며 주차권을 얻고 배달이 되나 묻는 손님 말도 공감한다. 대형마트에 가면 한 자리에서 모두 사서 쉽게 실어올 수 있지만, 가능하면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싶다. 한 번 다녀왔는데 빠뜨린 것이 있어 또 갔다 오면서 준비와 메모의 필요를 실감한다.

김치는 비타민 A와 C가 많이 들어 있고, 정장(整腸) 작용(풍부한 섬유소 효과로 장을 깨끗이), 소화촉진(단백질 분해효소인 펙틴 분비 촉진 등), 항균작용, 식욕증진, 약리작용(재료의 대부분이 마늘, 고추, 생강 등 약용) 등 많은 효능이 있다니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식품이다. 그래서 며칠 간 외국 여행을 갔을 때도 김치를 찾게 되나보다.

김장때가 되면 가까운 친지나 이웃 간에 김장 날이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의논하여 품앗이로 발밭게 서로 돕는다. 우리 집에도 세 분이 와서 함께 해주는 것을 보고 무척 고마웠다. 필자도 이것저것 일을 거들고, 끝나고 김장한 것을 싣고 택배를 부치고 뒷정리를 하자니 힘은 들었지만 보람 있고 오달지다. 무거운 것을 많이 들어서인지 몸이 욱신거리고 결린다. 매일 살림을 하는 아내가 안쓰럽고 고맙다. 절임배추를 담았던 비닐도 헹구어서 이용하면 쓰레기도 줄이고 일석이조이다.

우리 민족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지혜롭게 살고, 김장을 하고 나누어주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을 김장을 하며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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