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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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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1  13: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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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22일에 고향에서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게 되니 19년 전에 음성에서 중학교 동창회 체육대회가 열리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오랜만에 뜰 앞에 섰다. 활짝 핀 산수유, 진달래를 바라보며 봄의 한가운데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만치서 홀로 서 있는 목련을 바라보니 젊으신 날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님께서 우리 7남매의 곁을 떠나실 때 애별리고(愛別離苦)의 슬픔 속에 통곡하던 날이 어제 같은 데 벌써 열한 번째 맞는 봄이다. 인생은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과 같다(人生如白駒過隙)”고 세월의 흐름이 빠름을 지적한 십팔사략(十八史略)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고우신 어머님의 모습이 80평생 7남매를 키우시며 오직 자식 사랑에 쉬실 날이 없으시던 인고(忍苦)의 세월 속에 주름살이 늘어나셨고 희생으로 보내신 세월이셨다.

고향! 어머님의 품속 같은 고향, 봄이면 진달래가 피던 고향 언덕, 벗들과 뛰놀던 고향을 그리며 보낸 세월이 얼마이었던가! 출람지예(出藍之誉)를 보람으로 교직에 몸담아 객지를 떠돌며 늘 그리워하던 고향 언덕이었는데, 10년 전 고향 음성고등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하였을 때 못난 자식의 귀향을 기뻐하실 어머님이 계시지 않는 고향이 너무도 쓸쓸하게만 느껴지던 때가 생각난다.

어디선가 비 내리는 고모령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곧 져버릴 목련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울고 싶은 시간들이다. 목련이 져버리면 어머님의 모습도 멀어져 가실까 마음이 탄다. 생야일편 부운기 사야일편 부운멸(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이라는 불가(彿家)의 말과 같이 뜬구름 같은 게 인생임을 번연이 알면서도 이 봄을 붙잡고 안타까워함은 내가 필부(匹夫)이어서일까?

지난날 고향인 음성고 교장시절, 새 봄을 맞이하여 꿈을 설계하고 우정을 나누어야 할 자랑스런 제자들이 방황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남은 교직 생활을 이들을 위해 바치리라 다짐해 보며,“사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한 소크라테스의 말과 같이 삶의 자세를 바로 잡아 주기에 힘쓰고, 벗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리라. 그리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웃으며 이 봄을 보내겠다고 다짐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 전 4월 30일은 음성중․고 동문체육대회 날이었다. 부임해보니 음성여고가 음성고에 통합되었으나 동문회는 별도로 운영하던 것을 통합하여 음성고와 음성여고가 통합된 이후 처음으로 함께 하는 명실상부한 동문체육대회 날이었다. 경향각지에 흩어져 바쁘게 살아온 동문들. 이제 죽마고우들이 밀린 일 뒤로한 채, 함께 뒹굴고 고뇌하고 청운지지(青雲之志)를 품고 청소년기를 보낸 모교의 교정에서 선․후배, 청장년들이 자리를 같이하여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하루를 보낸 추억에 잠기며 고향에서 음성중을 졸업하고 청주고에 입학한 게 61년전 이고 보니 학부모 교육을 가면 중학교까지는 고향에서 나와야 고향에 뿌리가 있다던 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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