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아들이 모함으로 인해 역적이라는 무서운 누명을 쓰고 왕에게 잡혀갔다. 모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고문 끝에 사형을 언도받았다. 그는 노구를 돌보자 않고 분연히 일어섰다. “내 아들은 결단코 그럴 리가 없다! 왜냐고? 내가 그를 키울 때 충성하라고 가르쳤지 역적질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내 아들의 결백을 증명해 줄 사람은 이 어미밖에는 없다. 어미 이상으로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상감 앞에 나아가 내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리라!”

어미는 여수에서 죽장하나에 노구를 의지하고 천리 길을 수로로 한양을 향해 떠났으나 그만 여고를 이기지 못하여 안흥량(충남 태안군 근흥면) 근방에서 객사하게 되었다. 이는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할 당시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모든 어머니가 이와 같은 자신과 신념으로 자녀를 키울 수 없을까? 내 아이들만은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더라도 아무리 돈줄이 쏟아지는 자리에 있더라도 일체의 부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머니가 될 수 없을까?

“좋은 아버지가 된 후에야 좋은 행정관이 될 수 있고, 좋은 형이 된 후에야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다.” '은자의 황혼(Die Abentstumde eines Einsiedlers)'에서 일찍이 페스탈로찌가 한 말이다. 가정의 일이 사회나 국가의 일에 앞서야 하며, 가정교육이 시민교육에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가정은 하늘이 준 사랑의 보금자리이며, 가정의 행복이 인생의 최대의 행복이다. 가정은 사랑은 사랑을 낳아 사랑을 키워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페스탈로찌는 아이를 자라나는 나무에 비유한다. 거친 세상에 이식되기 전에 먼저 가정에서 가꾸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정에 있어서의 가정집단, 특히 어머니와 자식의 인격관계를 중요시한다. 어머니와 자식의 애정과 신뢰감을 도덕교육과 종교교육의 근저로 생각하고, 그것이 확대되면 자연히 시민으로서의 자질이 높아지고, 국민으로서의 자각이 강화되고, 나아가서 인류의 복지에 이바지하는 정신까지 발전한다는 교육원리를 강조한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어릴 적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습관이나 생각이 평생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의 정상적이지 못한 생활은 성장한 이후의 정서와 정신적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정교육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태인은 학교교육보다는 가정교육을 상위에 두고, 어머니의 헌신과 아버지의 계획적인 교육으로 그들만의 우수성을 이어나간다. "오른손으로 벌하고 왼손으로 안아주라"는 말도 있다. 엄부자모(嚴父慈母)의 의미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때 어떤 사람이 유태인인가를 정할 때 아버지가 유태인이 아니더라도 어머니가 유태인이면 유태인으로 인정했다.

우리 조상들은 ‘오징어나 문어는 뼈가 없으니 뼈 없는 아이를 낳고, 토끼는 눈이 붉고 째져있으니 아이도 그렇게 된다’고 믿으며 임신 중에는 음식도 가려 먹어가면서 자녀교육에 세심한 정성을 다했다. 틀린 이야기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문제의 총체적인 원인의 기저에는 가정교육이 있다. 정치도 문화도 교육도 해체되는 가정을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정은 인생의 터전이며, 도덕성의 바탕이며 교육의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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