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학교에서 수석교사라는 역할을 수행하다보면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고 컨설팅을 진행하는 기회가 많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닫힌 교실문을 열고 수업을 보여주고자 교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일들이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다보면 언젠가는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최근 교내외에서 교실 수업을 컨설팅하면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교실 수업의 변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늦게 변한다는 학교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학교의 주인공인 교사와 학생의 변화를 주목할 수 있다.

교실 수업에 대한 교사의 높은 열정에 비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은 절반을 따라 오지 못한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타종이 울려도 제시간에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책이나 공책을 제대로 챙겨오는 학생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특별실 수업이라도 하는 날엔 이런 경우가 더 심해진다. 학생들은 책과 공책의 역할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을 시켜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책보다 공책을 지참하지 않고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유독 더 많다. 공책은 수업을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서 교사의 가르침이나 학생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 미국의 코넬대학교 월트 포크 교수가 개발한 코넬 공책은 그 명성이 잘 알려져 있다.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는 코넬 공책은 수업 시간에 학습 효율을 200%까지 상승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하다.

수업시간에 책과 공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교사에게 학생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유사하다. “친구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다. 잃어버렸다. 집에 두고 가져오지 않았다.” 등의 말로 정리된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학생들과 좀 더 대화를 해보면 대부분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소지품을 잃어버려도 찾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물건을 빌려오고도 되돌려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발상으로 물건에 대한 애정이나 소중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

학생들의 이러한 행태의 저변에는 교육복지의 명목아래 무상으로 지급된 급식, 수업료, 교과서 등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노력이나 금전으로 획득하지 않은 물건은 그만큼의 가치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내년부터 20만원을 호가하는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시도가 줄을 서고 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속담이 있다. 돈 안 주고 공으로 생기는 것이면 무엇이나 즐겨 먹는다는 말이다. 교실, 특별실, 화장실, 급식소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을 이름 없고 주인 없는 불쌍한 교복들을 생각해보면서 이것이 진정한 교육복지인지 의문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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