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청주시 대중교통과 주무관

 

[기고] 박세일 청주시 대중교통과 주무관

살면서 사람이 내면이 좋고 훌륭하면 됐지 굳이 외면까지 잘 갖춰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이것에 관해 논어의 한 구절을 읽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棘子成曰 "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子貢曰 "惜乎! 夫子之說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 猶犬羊之?"

 극자성이라는 위나라의 높은 공직자가 공자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위나라는 공자의 고향 나라이기도 하다. 군자질이이의, 하이문위? 이 내용은 군자는 그 본질이 잘 갖춰져 있으면 그뿐이지 어찌 실속 없이 겉치레를 해야 합니까? 라는 질문의 요지다. 나도 그동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왔다. 내가 마음으로 본질로 잘 하면 되지 굳이 겉치레를 하며 그래야 할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자의 다음의 말을 읽고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겠구나'라는 다른 관점이 생겼다. 뭐 공자야 워낙 유가를 일으킨 예를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니깐 그럴 수 있지만 영감을 얻기에는 충분한 대답을 했다.

우선 극자성의 실언에 대해 조언한 뒤 사불급설이라는 멋있는 말도 했다.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도 혀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말을 할 때 조심히 신중히 하라는 말이다. 사불급설. 멋있는 말이고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다. 일단 말을 내뱉으면 수습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소문은 빨리 퍼지니 말을 삼가라는 명언이다.


공자의 대답은 문유질야 질유문야. 문은 겉을 꾸미는 외면을 말하는 것이고 질은 본질, 즉 내면을 말한다. 공자는 외면과 내면은 같다는 말을 한다. 즉 문질, 외면 내면 일원론이라고 할까? 공자나 다른 훌륭한 성인들은 이런 원칙론적 얘기를 하며 이해하기 쉽게 비유로 얘기를 더 푼다. 호표지곽 유견양지곽.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에서 털을 뽑아버려 무늬가 없는 가죽으로 만든 것이 개와 양의 가죽을 무두질로 만든 것과 같다고 보는 이치다.

즉 군자에게는 바탕도 중요하지만 문식, 즉 예약을 다듬는 겉치레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늬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비유이다. 여기에서 바탕 질(質)은 소박한 인간의 본성을 말하고 문(文)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예의범절 등 외면치레를 나타낸다. 무늬가 없으면 호랑이와 표범 가죽도 개와 양의 가죽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일과 행동에 있어서 무늬보다 바탕이라는 내면에만 집중해서 살지는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도 잘 가꿔야 함을 깨달았다. 질은 사람의 성품을 알아 천명을 아는 것이고, 문은 사시의 명분을 알아 근본을 아는 것이다. 겉을 꾸미지 않으면 개와 양의 털과 다름이 없다고 한 비유가 와닿는다. 질과 문의 관계를 호랑이, 표범의 털 가죽과 개와 양의 가죽이 다른 것으로 비유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공자의 문장력이 놀랍다. 호표지곽. 견양지곽. 이 문장에는 사불급설이라는 유명한 글귀도 같이 들어가 있다. 군자가 말을 함에 있어서 얼마나 조심히 얘기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글귀이다. 소문은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보다 빠르니 말조심을 하라는 얘기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