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충청일보 이득수 기자] 지금의 지방자치법은 구(舊) 체제다. 그것도 70년이나 묵은 낡은 시스템. 몇 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현실에 맞는 자치분권을 담진 못했다. 때문에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여전히 미비하고, 실질적인 주민참여도 요원하다. 이런데도 관련 법안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정치권의 무관심에 자동폐기될 위기까지 처했다. 이에 국회에 잠든 자치분권 관련 법안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청와대 지역기자단이 공동으로 취재·작성했다. <편집자주> 

자치분권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않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20대 국회와 함께 법안이 자동폐기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전 국민적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자치분권 관련 법령 7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중 핵심 법안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법의 전부 개정 추진은 31년 만이다. 그동안 바뀐 지역 행정환경의 반영과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을 실현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논의도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는 9개월째 손을 놓다 지난 14일 법안소위에 지방자치법을 심사 법안으로 올렸다. 이날 지방자치법이 처음 논의되나 싶었지만, 전문위원의 보고만 있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법안소위가 다시 열리더라도 지방자치법의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치권이 지방자치법에 큰 관심이 없는데다, 세부사항을 놓고 이견 또한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법은 여야의 정쟁에 묻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때문에 상임위, 그것도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의 관심도 저조하다. 자치단체장 출신 의원들을 제외하곤 대체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먼저 특례시 지정 범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법안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한다고 명시했지만, 인구는 100만에 못 미치나 도시 규모가 큰 경기 성남, 전북 전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남 김해 등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인구 50만을 넘는 중형 도시다.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근거 마련, 주민자치회 활성화 조항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하지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은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주민자치회 또한 풀뿌리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조직인 만큼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방이양일괄법, 주민참여 3법 등 다른 자치분권 법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 20대 국회는 곧 문을 닫는다.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때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할 때 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는 이번 정기국회뿐이다. 내달부턴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황명선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부회장은 “실질적인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안은 정치적 이슈가 없음에도 정치권의 무관심과 여야 간 정쟁에 뒤로 밀리다 이젠 자동폐기될 위기까지 처했다”며 “하루빨리 지방자치법을 통과시키는 것만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상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도 “풀뿌리 지방자치와 자치분권 실현은 시대적 과제이자, 시대정신으로, 그 첫걸음이 31년 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라며 “본격적인 주민 중심 지방자치 시대를 연다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여야 정치권이 조속히 관련 법안 논의와 처리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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