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에서 결혼은 이제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선택이다. 비혼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가 남성은 출산과 양육 부담 때문이며, 여성은 개인의 삶과 여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혼율은 점점 낮아지는데 반대로 이혼율은 높은 편이다. 예전에는 자식 때문에 참고 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아를 중시한 결과 황혼이혼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이혼부부는 2014년에 11만 5천여 쌍으로 최고에 달한 후 2015년에는 10만 9천 쌍으로 약간 줄었고 2016년에는 2% 감소했지만 여전히 이혼율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를 차지하여 결혼율과 출산율은 매우 낮고 이혼율은 아주 높은 나라가 되었다.

부부가 파경에 이르면 십중팔구 이혼하게 된다. 부부가 헤어짐을 뜻하는 파경은 파경중원(破鏡重圓)에서 나온 말이다. 파경중원은 깨진 거울이 원래처럼 다시 둥글게 됨, 즉 부득이하게 헤어진 부부가 다시 만나게 된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극심한 정치적 혼란기인 남북조시대 때 북주의 양견(楊堅)은 북제를 멸하고 수나라를 세운 후 남조의 마지막 왕조인 진나라를 공격했다. 진나라 황제 진숙보(陳叔寶)는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주색에만 빠져 있었다.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진숙보의 여동생 낙창(樂昌)공주는 진나라 태자의 사인(舍人)인 서덕언(徐德言)의 부인이었다. 나라가 혼란스러워지자 서덕언은 아내를 지켜 줄 수 없음을 알고 둥근 거울을 깨어 반쪽씩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반드시 정월 보름에 도성의 시장에다 팔도록 하시오. 내가 거기에 있다가 그날로 그대를 찾아갈 것이오”라고 하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진나라가 망하자 낙창공주는 월공(越公) 양소(楊素)의 첩이 되어 지극한 총애를 받았다.

서덕언은 갖은 고생 끝에 약속한 날 약속 장소로 갔다. 어떤 하인이 거울을 팔고 있었는데 너무 높은 값을 부르자 모든 사람이 비웃었다. 그러나 서덕언은 나머지 반쪽 거울을 꺼내 맞추어 보고는 시를 지어 하인에게 전달했다. “거울과 사람이 함께 떠나, 거울은 돌아왔는데 사람은 돌아오지 않네. 다시는 항아의 모습 담지 못하리니, 헛되이 밝은 달만 휘영청 남았네.”

낙창공주는 시를 본 후 울기만 하고 식음을 전폐했다. 양소가 이를 알고 비통해하며 즉시 서덕언을 불러 아내를 데려가도록 하고 많은 재물도 주었다. 이 말을 듣고 모두 감탄했으며, 공주는 서덕언과 함께 강남으로 돌아가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

‘거울을 깨서 나누어 가졌다가 다시 둥글게 맞추었다’는 데서 유래한 ‘파경중원’은 이후 헤어진 부부가 재결합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오늘날 많은 부부가 파경을 맞이하지만 그 뒤에 중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파경에 이른 커플들은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만나 해피엔딩을 이룬 서덕언과 낙창공주의 파경의 진의를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누구에게 파경중원의 행운이 찾아올지 어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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