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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박물관 도난사건, 그 현실과 영화의 간극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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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8  14: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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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을 열며] 이광표 서원대 교수

독일 드레스덴의 그뤼네 게뵐베 박물관에서 25일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도난전시품은 18세기 작센왕국 보석공예품 3세트 90여 점. 돈으로 환산하면 1조3000억 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박물관 CCTV 영상을 보니, 2인조 강도는 창문을 통해 박물관에 침입한 뒤 도끼로 진열장을 깨고 손을 넣어 손에 잡히는 것들을 훔쳐갔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영화같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영화였다면, 범인들은 문화재 미술품을 어떻게 훔쳐갔을까. 박물관의 도면을 입수해 첨단 보안장치 위치를 파악하고 비밀번호를 추리할 것이다. 경비직원들의 근무 시간과 특성을 파악해 내부 진입에 성공한 뒤 감시 전자파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전시실로 접근해갈 것이다 그리곤 진열장의 유리를 소리 없이 순식간에 자를 수 있도록 초강력 다이아몬드 절단기를 꺼내들 것이다.

그런데 그뤼너 게뵐베 박물관 도난 사건은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강도들은 캄캄한 전시실에서 도끼로 진열장을 깼을 뿐이다. 가장 단순하고 아날로그적인 강도 수법이다. 박물관이 저렇게 허술한 곳인지, 아니면 범인들이 대담한 것인지.

1911년 8월 21일 루브르 박물관. 휴관일이었던 이날 아침 한 청년이 전시실 벽에 걸린‘모나리자’를 떼어 유유히 전시실을 걸어나갔다. 경비원들은 박물관 직원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작품을 떼가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는 계단으로 옮겨 액자를 떼낸 뒤 그림을 둘둘 말아 옷에 감추고 박물관을 빠져나갔다.

1996년 9월 어느 날 오전, 이집트국립박물관에서 20대 청년이 투탕카멘의 황금 보검을 양말 속에 감추어 나오다 현관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전날 관람객으로 가장해 박물관에 들어간 뒤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 밤이 되자 전시실로 들어가 드라이버로 투탕카멘 보물 진열장 유리 뚜껑을 열었다.

2004년 8월 22일 오전 11시경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뭉크미술관 전시실에 복면 괴한 2명이 들이닥쳤다. 한 사람은 총으로 미술관 보안요원을 위협했고 다른 한 사람은 벽에 걸린 ‘절규’와‘마돈나’를 잡아당겨 철사줄을 뜯어냈다. 놀란 채 멍하니 바라보는 관객들을 뒤로 하고 그들은 대기해놓은 아우디 A6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1990년 캐나다 토론토의 한 화랑에선 범인들이 경보망을 피하기 위해 아예 벽을 뚫고 들어가 피카소의 작품을 훔쳐가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3년 5월 15일 밤 10시 25분경, 국립공주박물관 당직실에 복면 괴한 2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칼과 전기충격기로 당직 학예사를 위협해 눈과 입을 가렸다. 그리곤 진열장 유리를 깨고 국보 불상과 고려청자 등을 훔쳐 달아났다.

이런 식이다. 특히, 명품 도난 사건은 이렇게 단순하다. 전혀 영화스럽지 않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것이란 우리의 통념을 산산이 무너뜨린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다소 당혹스럽다. 영화가 현실을 앞서가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현실을 조롱하는 것인지. 우리 주변에 틈새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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