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송년 시즌이 시작됐다. 하나님도 천지를 창조하실 때 6일 일하시고 7일째는 쉬셨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나님보다 더 바쁜 존재들인 것 같다. 1주일 내내 연말 모임이다. 특히나 술 한 잔씩 걸치게 되어 있는데 건배사들이 참 재미있다. 버전이 바뀌어 나온다. 예로서 ‘당나귀’면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인데 ‘당신과 나의 만남은 귀신도 몰라야 한다’로 신 버전이 탄생했다.

하기사 술 한 잔 못 하는 집사람을 데리고 할 수 없이 술을 곁들인 식사 모임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는데 술을 못 마시더라도 건배 제의는 할 수 있으니 그때 ‘해당화’를 하라고 가르쳐 준 적이 있다. 그 뜻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기에 ‘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라는 뜻 이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역시 시키는 대로 ‘해당화’를 외친다.

그리고 그 뜻이 ‘해마다 당신만 보면 화가 난다’라고 풀이를 해서 모두들 한 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뜻풀이가 맞는 것 같다. 집사람이라고 결혼해서 수십 년을 함께 살지만 내가 봐도 집사람에게 잘 해 준 것이 없다. 그저 남편의 역할만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남편이란 ‘남의 편’이란 뜻이다. 반성하고 이토록 착한 집사람에게 정말 잘 해 주리라 다짐해 보는 송년 모임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 인사말을 보면 약간 우울해진다.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이런 말인 데 여기에 더 나아가 ‘수고 하세요’까지 등장한다. ‘수고 하세요’는 뼈 빠지게 고생하라는 말인데...방위비 과다 분담 등을 요구하는 미국이 요즘 참 싫지만 그래도 인사말 하나는 참 좋은 것 같다. ‘Good morning’, 밝은 느낌이 난다. 우리 민족은 한이 있는 민족이고 일제 식민지 등에서 고생해서 그런지 어느 밴드에서 읽은 글인데 한국은 모든 것이 다 밥이면 통한다고 한다.

예로서 혼 낼 때는 ‘너 오늘 국물도 없을 줄 알아’. 고마울 때는 ‘야 ~ 진짜 고맙다. 나중에 밥 한 번 먹자’ 안부 물을 때는 ‘밥은 먹고 지내냐?’ 아플 때는 ‘밥은 꼭 챙겨먹어’ 인사말은 ‘식사는 하셨습니까?, 밥 먹었어?’ 재수 없을 때는 ‘쟤 진짜 밥 맛 없지 않나?’ 한심할 때는 ‘저래서 밥은 벌어먹겠냐?’ 무언가 잘해야 할 때는 ‘사람이 밥값은 해야지~’ 나쁜 사이일 때는 ‘그 사람하곤 밥 먹기 싫어’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너 콩 밥 먹는다’ 멍청하다고 옥할 때는 ‘어우!! 이 밥팅아~’ 심각한 상황일 때는 ‘넌 목구멍에 밥이 넘어 가냐?’ 무슨 일을 말릴 때는 ‘그게 밥 먹여 주냐?’ 최고의 정 떨어지는 표현은 ‘밥맛 떨어져’ 비꼴 때는 ‘밥만 잘 쳐 먹더라’ 좋은 사람은 ‘밥 잘 사주는 사람’ 최고의 힘은 ‘밥 힘’ 나쁜 사람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넘’ 얄미운 사람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넘’ 좋은 와이프 평가 기준은 ‘밥은 잘 차려 주냐?’ 한심한 일을 하고 있는 자에게는 ‘밥 먹고 할 짓이 그렇게 없냐?’

아무튼 여러 가지로 고생한 민족이어서 그런지 우리네들이 사용하는 인사말과 문장들이 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오는 새해부터는 우리네 인사말과 사용하는 문장들이 긍정적이고 밝은 단어로 바뀌었으면 한다. 이제 이런 운동도 벌일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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