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삭감 공언
본회의 상정 어려울 듯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충북도의 '농가 기본소득보장제' 사업이 시작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농민단체들이 '농민수당' 도입을 피하려고 도가 '꼼수'를 부린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가 도의원들도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내년도 당초 예산안을 심의 중인 도의원들이 관련 사업비 전액 삭감을 공언하면서 농가 기본소득보장제는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4일 도 농정국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첫 질의에 나선 박문희 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3)은 "내년 시행될 정부의 공익형 직불제와 맞물려 도가 농민수당을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며 "기본소득보장제 예산안을 농정국이 철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농가 기본소득보장제는 경작 면적 0.5㏊ 미만이면서 연간 농업소득 500만원 이하인 영세 농가에 연간 50만∼120만원씩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농민단체들은 기본소득보장제 대신 1인당 10원씩을 지급하는 '농민수당'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정 의원(민주당·음성1)은 "박 의원의 예산 철회 요구는 시의적절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매년 작황이 다르고 작목별 소득도 천차만별인데, 기본소득보장제는 농가 소득조차 파악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식 의원(민주당·청주7)도 "기본소득보장제의 수혜 대상을 선정하는 게 쉽지 않고 수급·비수급 농민 사이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예산이 삭감된다면 원점에서부터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며 "농민과 집행부의 간극을 좁히면서 국민 공감대를 끌어낼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임영은 의원(민주당·진천1)은 "먹거리 산업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며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며 "다만 기본소득보장제나 농민수당 모두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실타래를 현명하게 풀어갈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재정 능력이 없다면 집행부가 중앙정부에 예산 지원을 건의하고 정치권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수당 도입에 대해 이상혁 도 농정국장은 "도내 7만5000여 농가에 연간 120만원씩 지급한다면 90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며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상식 의원의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화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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