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달력의 끝자락을 보며 교직자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모교이며 30대 후반에 교사로 5년을 근무했고 교장으로 지낸 청주고 앞을 지나다보니 불야성(不夜城)을 이룬 채 진학 준비에 영일(寧日)이 없는 모습에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충주중에서 청주고로 오자마자 서울대에 80명이 입학하던 선발집단을, 근무하던 교사들은 한 과목을 가르치며 전입한 나에겐 이미 배운 세계사를 3학년에 10월까지 총정리 시키고, 2학년 담임과 2과목을 더 맡아 3과목을 가르치며 밤늦게까지 지도하다 보니 법학을 전공한 나는 5년간 세계사, 국민윤리, 사회학 등 여러 총론이나 개론을 읽으며 지냈고, 근무시간에는 이웃 반 학생까지 상담을 요청해와 바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여러 과목에 뿌리를 내려 그것을 바탕으로 6개 신문에 고사성어로 엮어진 김재영칼럼을 연재했고(현재는 3개신문에 연재 중), 청주고총동문회 홈페이지(작은쉼터)에 김재영칼럼을 1330회 연재하다보니 25만명이 조회하여 고마운 마음이다.

오래전에 고등학생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 신문기사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 일이 떠오른다. 청소년기는 꿈에 부풀기도 하지만 때로는 방황하고 좌절하여 삶의 방향을 잘못된 방향으로 뒤틀리게 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청소년기인 고등학교 시절의 진로 지도는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살다보면 기쁘고 즐거운 일도 있지만 우리 앞에는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히며 불행이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두팔이 없으면서도 단국대에서 미술을 전공하여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발로 그림을 그리며 수석 졸업한 오순이 양,“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고 대만에 유학을 하여 피나는 노력 끝에 11년간의 석, 박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모교인 단국대학교 초빙교수가 되어 금의환향했다는 기사도 생각난다.

이 기쁨은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다. 몸이 불편하여 어렵게 살아가거나 좌절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두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口足) 화가로 대학교수가 된 이 기쁨 뒤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담임이셨던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의 진로 지도가 그에게 미술을 전공하도록 꿈과 용기를 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결혼을 포기한 채 대만 유학에도 동행을 했고 지금까지 돌봐주고 있는 언니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특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떨쳐 버리고 대학에 입학하도록 후원해주신 단국대학교 당시의 장충식 총장님, 그리고 유학시절의 교수와 학생들의 이해와 도움이 큰 힘이 되었고 본인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교장으로 재직할 때 담임 선생님들에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진로지도를 해주길 당부하던 게 기억난다. 학교 교육은 지식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교육이어야 하고 선생님들께서는 바쁜 일과 시간을 활용하셔서 먼 훗날 제자들이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선과선교(選科選校) 지도를 통하여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는데 도움을 주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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