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얼마 전 신문과 방송에서 어느 고등학생이 삭발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라 부르며, 거친 풀을 잘라내듯 스님들은 출가할 때 삭발을 하여 세속의 인연과 번뇌도 함께 지우는 출가정신의 상징이고, 간혹 운동선수나 정치인 등이 삭발을 통해서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을 보았지만, 고등학생이 교육의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감행한 삭발식을 보고 전직(前職) 교장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교육계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이기에 우려되어 알아보았다. 학생들이 전국대회 같은 행사나 좋은 일로 결의를 다지는 의미의 삭발식이 아니었다. 전국학생수호연합(이하 학수연)은 지난 11월 2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 단체는 서울 인헌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조직했다고 한다.

인헌고 학생인 김화랑(18) 학수연 대표가 삭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가장 청정해야 할 공간에서 뿌리 깊은 정치사상 교육을 자행해온 교사 K는 사과도 없고 갈등을 조장하고 숨고 있다.”며 “교육감 또한 사상주입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가 아닌, 묵인하고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었다.”고 절규하는 것과 어머니들이 김 대표의 손을 잡고 우는 장면을 시청하며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여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치 필자가 근무할 때 학생 교육을 잘하지 못한 것처럼 부끄럽고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았다.

‘인헌고 사태’는 지난 10월 중순쯤 불거졌다. 인헌고의 일부 교사들이 10월 17일 열린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이고, 어느 교사는 학생들에게 ‘조국 뉴스는 가짜’, ‘너 일베(우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줄임말)냐?’ 등의 발언을 했다 한다. 이를 폭로하고 언론에 최초 제보한 학생이 집단 따돌림을 당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니 이러한 것들이 사실이라면 기가 막혀 할 말을 잃는다.

일부 교사들이 입시 성적을 약점으로 잡은 것은 아닐까. 이 교사에게 반대하는 인헌고 학생 대부분이 3학년생이고, 대입에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이 끝나 가능하였고, 그 전에는 교사들의 편향 교육을 해도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니 더욱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다.

교육기본법 6조(교육의 중립성)에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고, 국가공무원법 65조에도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이 있다. 교육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고, 교사는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음에도 이런 불행한 일이 있으니 크게 우려된다. 교육 당국은 일부 교원단체의 감독 강화 등 국가적인 특별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교사(敎師)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교사가 인격과 자아가 형성되고 있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관이나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 때문에 교육자의 본분과 확고한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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