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10대에 데뷔해 10여 년간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그는 지난해 여러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지난달 세상을 등진 가수 설리의 절친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기 아이돌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는 지난해 남자친구와의 문제로 구설에 올랐고, 이와 관련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그는 숨지기 전 까지 일본에서 활동하며 재기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사건 이후 그는 여러 차례 '악플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타인과 소통하고 자신을 알리는 유용한 도구다. 글쓰기, 말하기와 같이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수 없이 밀접하게 된 것이 SNS다. 유명인이나 인기 연예인,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반대급부,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욕설과 반인륜, 반인간적, 변태적 관심과 조롱이 다른 이의 생명과 존엄을 갉아먹고 있는 작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화 및 파일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은 국내에서는 증권가에서 암암리에 사용하기도 한다. 강력한 보안성 덕에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화의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에 뛰어나다는 점이 인기 이유다. 이러한 SNS 앱의 장점 덕에 텔레그램은 음란물이나 마약 유통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SNS와 관련한 범죄로 30대 남성은 최근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ㆍ배포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텔레그램에 음란물 유통 대화방을 개설한 혐의다.

8개월간 2천500여개의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을 판매해 2천500만원을 챙겼다. 인천의 한 고교생도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2만개를 유포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마약 거래를 위한 비밀 채팅방도 횡행한다. 이들 방에서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마약이 취급되기도 한다. 공권력은 멀고 범법의 유혹은 가깝다.

많은 팬에게 즐거움을 주고 사랑받던 젊은 연예인의 죽음에 대한 추모의 댓글 상당수는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없애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스스로 깨끗해질 수 없다면 차라리 싹을 잘라버리자는 요구이지만 안타깝게도 실현 가능성은 없다. 칼(刀)은 요리와 생존에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잘못 쓰면 타인을 해치는 흉기가 된다는 사실과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교통질서나 식사 예절은 배우지만 SNS 등 온라인상의 예절은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언행이 달라지는 '두 얼굴'이 숙제다. 한류 스타였던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은 그 문제의 일각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들의 죽음은 개인이 불행을 견디지 못한 탓도 있겠으나, 사회적 타살의 징후가 뚜렷하다. 잔혹한 악플러들에 의해 희생됐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그들이 숨진 후 이런저런 대책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는 것을 막자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잔인해졌을까. 누구는 불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박탈감이 큰 탓이라고 한다. 또 누구는 조국 사태에서 보듯 사회 지도층이 겉으론 공정을 내세우며 제 잇속만 챙기는 데서 분노가 쌓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안타깝고 지속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자살에 의한 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고 방치되고 순간적으로 소비될 수는 없다.

‘명복’이란 ‘언어’조차도 허망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구하라와 설리의 죽음을 우리는 오래도록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열심히 살 테니 예쁘게 봐 달라’고 호소했던 청춘을 ‘칼보다 더 날카로운 말의 상처’로부터 구하지 못한 빚. 이 빚을 빛으로 갚아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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