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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노름꾼정우천 입시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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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1  16: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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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삶은 시간을 판돈으로 걸고 하는 도박과 같다. 도박의 속성은 이렇게 예측하고 저런 결과를 기대하지만 대체로 그대로 되지 않는다. 제대로 배팅을 했는지는 마지막 카드를 까보기 전에 알 수 없는 게 도박이듯 인생도 그렇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대체할 수 없는 가혹한 기회비용으로, 이것을 선택하면 저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 대체 불가의 유한한 시간을 쏟아부어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으면 배팅은 성공한 도박이 되고 만족한 삶이 된다. 그러나 투자한 시간이 결과 없이 그저 날려버린 시간이라면 삶은 실패한 도박이 된다. 시간이란 판돈을 부질없이 다 잃어버린 삶이란, 밤새 밑천을 다 털리고 새벽 달빛 아래 담벼락에 소변을 보고 있는 실패한 노름꾼 처지와 다를 바 없다.

도박판에 임하는 노름꾼의 태도가 그의 성격을 따르듯,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삶에 어떻게 배팅할지도 각자의 성격을 반영한다. 현실을 모르고 무모하게 배팅하는 도박꾼이나, 어쩌다 판에는 끼었지만, 변변히 배팅 한번 못해보고 다 잃고 마는 소심한 이도 있다. 현실에서 한방만 노리며 무모하게 인생을 탕진하는 분수 모르는 캐릭터나, 그 반대의 끝에는 소심해 우물쭈물하는 캐릭터도 있는 것과 같다. 자신의 변변찮은 현실마저 잃을까 두려워 도전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소멸하는 인생은 배팅 한번 못해본 소심한 도박꾼처럼 안쓰럽다.

성격이라 해석되는 단어 ‘character’의 어원은 무엇을 조각하거나 도장을 찍는 도구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왔다고 한다. 마치 도장처럼 늘 그렇게 반복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게 성격(character)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극복이 쉽지 않은데, 시대정신이나 외부의 분위기가 거든다면 그런 성향에서 벗어나기는 더욱더 힘들다. 요즈음 광범위하게 퍼진 시대정신은 왕왕 회자하는 소확행이 아닐까 싶다. 세태의 험난함이 젊은이들을 그리로 몰아갔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긍정적일 리 없는 분위기이다.

냉소적 태도로 한발 물러나 목표 없이 현실을 부정하거나, 겸손을 가장한 무심하고 쿨한 태도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비겁한 가면일 뿐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도전정신을 빼앗고 무능과 의지박약에 대한 확인의 공포가 의욕을 빼앗는다. 최악의 도박은 판에는 끼었지만 두려움에 제대로 배팅 한번 못한 채 판돈을 다 잃은 노름꾼이듯 최악의 삶도 알량한 현실의 자신을 조무락 거리며 도전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삶을 끝마치는 경우일 것이다. 더구나 시대정신은 적게나마 가진 것에 만족하고 소소한 행복감에 만족하라고 부추긴다.

남들에게 비웃음을 받을까 봐 먼저 자신을 냉소하며 정신적 자해를 하는 것은, 주제 파악도 못 하는 놈이란 욕을 피할 수 있지만 더는 발전할 수 없는 자학과 다름없다. 인격(personality)이라는 말은 라틴어 단어인 페르소나(persona)에서 왔고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이다. 가면을 오래 쓰고 있으면 진짜 자신의 얼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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