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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열자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 · 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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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2  15: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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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 · 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듯하다. 변덕스럽게 추운 날씨 때문인지 떠나보낸 여름을 추억하게 한다. 차가운 바람은 두꺼운 겉옷과 목도리를 둘러매도 서늘한 기운을 막을 수 없다. 매서운 추위가 온몸을 움츠러지게 하지만 하얀 눈꽃을 상상하면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해진다. 자주 언론에 보도되는 우리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이 가슴을 답답하고 심란하게 만들어 좀처럼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하여 몸과 마음을 더욱 경직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강변 고수부지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몸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느낌이다.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놓고 편안한 대화를 나눌 사람조차 없는 사막의 한복판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어디에 시선을 두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다. 세상 살아가는 일도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매 순간순간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는 ‘신이시여, 하늘의 하늘이라도 감히 당신을 담을 수 없건만 담기실 어디가 아쉬워서 왜 작고 작은 나의 마음에 담기시려고 하십니까.’라는 외침이 있다.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고백이며,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열어놓고 절대자의 뜻을 순종하며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또한 끈질기게 저항하던 실존적인 삶이 무너지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열어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를 원하지만 기존의 방식대로 편안하게 살고 싶은 욕심에 마음을 온전히 열어놓지 못한다. 마음을 열어놓아야 하는 순간이 지나가면 다른 것들이 차지하여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삶의 모습이 매우 흡사한 것 같다.

얼마 전 퇴근길 저녁 늦은 시간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였을 때 네 살짜리 손주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먹고 싶다는 것이다. 늦은 밤이라서 조금은 피곤하였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왔던 길을 다시 뒤돌아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다준 적이 있다. 아마 손주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태가 완전하게 사랑에 빠져 마음을 온전히 열어놓는 것과 다름없다. 짝사랑을 해본 적이 있거나 상대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본 경험이 있다면 이해할만한 일이다. 마음을 완전히 빼앗겼다는 것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는 의미이다. 마음이 가야 모든 것이 시작된다. 마음이 가지 않으면 어떤 사랑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마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육체와 마음으로 구별되어진다는 것 외에는 마음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육체는 공간에 갇히고 늙고 시들어가지만 마음은 공간을 확장하고 넓고 시공을 초월한다. 육체가 담을 수 없는 무한한 세계를 마음은 담아낼 수 있다. 마음은 신의 뜻마저도 담을 수 있는 위대한 그릇이다. 정말 그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지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어떤 것도 들어갈 수 없다. 자발적으로 무엇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은 창조되어졌다. 절대자는 사람의 마음을 단숨에 차지할 수 있는 충분한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오직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어야만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뿐이다.

필자는 새해가 되면 백세를 맞이하는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은혜를 받았다. 가끔 치매 증세로 자식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이름은 거의 기억하시는 편이다. 지난 주말 찾아뵙고 집을 나서려고 할 때 손을 잡으시며 기도를 해주셨다. 두 손을 마주잡은 채 또렷한 목소리로 언제 어디서나 항상 인정받고 사랑받는 자녀가 되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드리셨다. 평생 똑같은 말씀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감사하며 한편으로 놀라웠다. 치매로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어머니의 가슴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의 큰 사랑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큰 축복이다.

우주를 마음에 품으면 대자연과 함께 숨을 쉬는 큰마음을 품을 수 있는 반면에 마음에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작은 일에도 힘들어하며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주는 사람은 준 것만 생각하고 받는 사람은 주지 않은 것만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마음에 무엇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인격이 달라지고 미래가 달라지며 작거나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말과 창조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풍요롭게 하며 향기로운 꽃을 가득 피울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정원과 같아서 지혜롭게 가꿀 수 있고 거친 들판처럼 버려둘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다. 오직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놓을 때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채워질 수 있다. 하얀 눈이 솜털 날리듯이 춤추며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 눈 오는 날엔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는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끼리 만난다.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손주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어우러져 마음이 한결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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