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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문학관, 숲속 작은도서관을 품다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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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2  15: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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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시평] 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한 해의 끝자락에 마음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천군 백곡면에 있는 진천문학관이 ‘이야기가 있는 숲속 작은도서관’을 품어 안았다. 2019년 문체부 주관 생활 SOC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국비 7천만 원과 군비 3천만 원의 예산으로 조성한 것이다.

진천문학관은 2012년 폐교된 중학교를 리모델링하여 ‘문학의 향기가 머무는 곳’이란 부제를 달고 2014년 문학관으로 탈바꿈 하여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과 경쾌한 발자국 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언제와도 반겨주는 이가 있고, 아늑하고 평화로움을 느끼는 곳이다.

여기에 아이들이 꿈에 그리는,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책방인 ‘이야기가 있는 숲속 작은도서관’이 한켠에 마련된 것이다. 예쁜 방이다. 다락방이 있고, 배 쭉 깔고 책과 함께 뒹굴뒹굴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분위기다. 내가 한권의 책이 되어 책장에 들앉을 수 있는 공간도 재미있어 보인다.

창 넓은 방에서 밖을 내다보면 마음이 탁 트인다. 뜨락에는 잘 가꿔진 꽃나무와 충북의 근현대 작고 문인 15분이 바람결에 팔랑팔랑 문학의 향기를 풍긴다. 운동장과 가장자리 커다란 나무숲이 옛 학교의 정취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문득 이곳에 첫 발을 들어놓던 열세 살 내 어린 날이 떠오른다.

야트막한 산등성이 밀어 마련된 배움 터, 잣백에 골곡자를 쓴 ‘栢谷중학교’ 다. 1971년 처음 희망의 씨앗을 뿌리던 그날, 새 교복을 입고 내디딘 첫발은 설렘이었다. 130여명이 2학급으로 문을 열었다. 1반은 남학생이고 2반은 남녀 혼합반이다.

새물내 감도는 교실에 앉아 연필 쥐던 손에 펜을 들었다. 파이로트 잉크냄새의 묘한 설렘과 날카로운 펜촉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은 중학생이 되면서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었다. 펜글씨는 잉크의 양과 펜에 힘을 잘 조절을 해야 글씨가 뭉치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펜글씨는 한번 잘못 쓰면 지울 수가 없다. 연필이 주는 인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더 이상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의미일 게다.

영어는 혀도 꼬이고 글씨도 꼬였다. 인쇄체, 필기체, 대문자, 소문자, 꼬불꼬불 알파벳을 그리다 앉은뱅이책상에 엎드려 잠이 드는 날이면 공책엔 어느새 청색 지도가 그려진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얼룩으로 공책의 절반을 덮었다. 한편, 삼태기 들고 운동장에 돌멩이를 골라내고 둘레엔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가꿨다.

오가는 학생들과 함께 숨 쉬며 생활해온 학교가 서른아홉 나이테 속에 추억을 문신으로 새기며 몇 남은 학생을 모두 떠나보냈다. 더 이상 학생들이 오지 않는 곳, 아이들 웃음 잦아든 학교에 다시 솔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문학의 향기가 머무는 곳’ 진천문학관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을 다시 품어 안게 된 것이다. 한해 찾아오는 이들이 수천 명이다. 숲속 자연에 묻혀 문인의 향기를 느끼고 도서관 책과 노닐며 영원한 배움터로 자리하고 있게 되어 반갑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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