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영 개인전 '흩어지다'
스페이스몸미술관, 21일까지

▲ 정보영 作 흩어지다
▲ 정보영 作 한계지어지다
▲ 정보영 作 투명한 그림자 흩어지다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의 스페이스몸미술관이 정보영 작가의 개인전 'Scattered 흩어지다'展을 열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20세기 후기 이래 현대 회화는 실재의 해체라는 맥락에서 실재의 부재를 현전시키는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재현을 용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근대 회화가 실재론(實在論)의 입장에서 보이는 것과 그 너머의 실재(實在·Reality)를 추구하며 근대 이전과 의식적 대립에서 발전했다면 탈근대회화는 실재의 불가지성, 나아가 현전 불가능성을 주장하며 근대주의의 실재에 대한 믿음에 회의적 입장을 취한다.

탈근대의 세계상에서 실재는 어떤 식으로든 알 수 없는 것, 표현할 수 없는 것, 즉 상실·공허·부재와 연관되며 여러 이론들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작가의 초기작이 재현의 절차를 도입하고 시점에 따른 시간 차이와 사건으로 부재의 현전을 제시했다면 최근작은 이에 근거해 실재의 부재에 대한 개념을 확고히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부재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건축물 내부로 유입되는 빛은 작가의 작품 제작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빛에 의한 자극은 제작의 동기적 측면이 되기도 한다.

빛은 재현의 기본 요소로서 시각과 감각에 관련되기도 하지만 상징적 의미에서 신성하고 무한한 존재를 암시하기도 한다.

비물질적 요소인 빛은 물리적 공간과 결합함으로써 부재를 화면에 드러내는 가장 근본인 측면이 된다.

작품은 실재하는 건축물을 도입해 공간 자체를 재현함을 1차적인 목표로 함으로써 실재하는 공간을 통해 부재를 드러낸다.

부재의 요소로서 빛, 시간, 사건, 부재를 암시하는 소재들(촛불, 유리구와 유리병, 오르골, 빈 의자와 테이블 등)이 등장한다.

이 요소들의 개입으로 소실점에 의해 구축된 공간은 파열된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오르골이 주요 소재로 보여진다.

화면의 전면에 부각되거나 사다리 위에 혹은 유리 진열대에 놓여진 오르골(orgel·自鳴琴)은 시간이 지나면 멈추는, 시간의 지시물이 된다.

태엽이 감긴 정도의 시간 동안만 울리며 매 순간 사라지는 멜로디를 통해 부재를 드러내는 지표로서 기능한다.

또 공간에 배치한 테이블 위에 유리병 혹은 플라스크를 놓은 후 조명을 설치한다.

평범한 정물화를 그리기 위한 세팅으로 보이는 사물과 공간은 집중조명(spot light)이 투사되는 순간 극적인 사건으로 변한다. 이렇게 극적 상황으로 연출된 장면을 수백 장의 사진에 담아내고 그림으로 재현한다.

정 작가의 회화 작품 13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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