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학 수필가·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기고] 정종학 수필가·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로 생각된다. 햇빛에 색이 바라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색을 비추면 전설로 남는 것 같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국가나 모두가 지난 세월 속에 묻혀온 숱한 삶의 흔적이 역사다.

어느 누구든지 은퇴와 생소하고 새로운 과정을 밝게 된다. 과거를 통찰해보고 지금을 재확인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알 수 없는 내일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치매 같은 중병에 걸리면 나만 아는 생애사는 영영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나온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 글로 남길 수 있는 자서전 쓰기가 그 답으로 생각한다. 그 동안 자서전하면 선입감에 저명한 사람만 남기는 것처럼 인식돼 왔다. 하지만 한낱 고정관념에 불과하며 평범할지라도 삶의 경험은 자신 하나밖에 없다.

아무리 큰 강물도 수천 갈래의 시냇물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역사의 강물 역시 민초의 삶이 모여서 도도히 흘러가는 것이다. 누구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자신만이 기록할 수 있다.

발에 차이는 돌덩이 하나에도 지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자서전을 쓰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심리 치유에 더불어 기억력도 개선될 수 있다. 글은 갈등이나 심각한 불화의 상처를 꿰매주기도 한다.

삶의 큰 변곡점이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이때 자신의 역사를 풀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 중에 하나로 생각된다. 망설임 끝에 막상 시작하는 첫 단계부터 서툰 글쓰기에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앞서고 있다.

필자의 경험을 비추면 자치단체의 평생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배우며 집필할 수 있다. 어울림 속에서 선생님의 지도와 멘토링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역 도서관에 영구 소장되는 영광을 누리며 타인과 소통의 기회도 누릴 수 있다.

자손들에게 일일이 말할 수 없었던 굴곡진 인생 궤적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기니 가슴이 뿌듯하다. 합동 출판기념에서 아픔을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순간 참석자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가치에 큰 위안을 받고 있다.

작은 자치단체에서 2011년부터 격년제로 다섯 차례 운영해왔다. 그간에 오십 여명의 작가를 배출하였고 어떤 국제세미나에서 우리 ‘자서전’을 주제로 토론한 적도 있었다. 올가을에 ‘삼삼오오 인생나눔교실’에서 문우들이 밤샘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우의를 다졌다.

멋모르고 동참한 자서전 집필이 뜻밖에도 문학에 취미를 붙이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의 2기 동기 중에 85세 되신 인생 선배 두 분은 올해 제2집을 출판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두 명이 수필등단의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출판기념 한해를 겨우 지낸 후 생을 마감한 시니어도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후손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기록유산 자서전을 남긴 셈이다. 아름다운 생애 무엇을 남길 것인가 ? 그 결심과 실천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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