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덕(德)을 실천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매우 어렵다. 저나마 제 욕심만 채우고 보장하려는 세상일수록 덕은 베풀어지기가 어렵다. 욕심이란 덕을 잡아먹는 개미귀신과 같다. 개미귀신처럼 사람들은 세상에다 함정을 파놓고 미끼를 낚아채려고 몸 둘 바를 모른다. 지금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역사는 그런 함정의 덫으로 엮어져 왔다. 그래서 백성들은 힘이란 욕심과 용맹이란 욕심으로 역사를 주물러대는 사람들을 무서워했다. 

덕을 실천하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또 이러한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세상은 한결 부드러울 것이고 권모술수 따위는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정치판은 술수의 소굴로 둔갑하고 그 소굴에 휩싸인 사람들은 이해(利害)에 따라 원수가 되기도 하고 동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해의 소굴을 멀리해야만 한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버리는 사람, 맨주먹으로 범을 잡는다거나 맨발로 강을 건너갈 수 있다거나 죽어도 뉘우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무리와는 더불어 함께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일을 두고 겁을 내고 충분히 대비하고 마음을 써서 다루어 성취시키는 사람과 더불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만용을 부리는 사람이 제일 무섭고 장담하는 사람이 제일 두렵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 탓으로 세상이 몸살을 앓기도 하고 세치 혀로 장담하면서 남을 해치고 모함하는 사람 탓으로 세상을 항상 피를 보고 낙담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또 천하에 몹쓸 놈은 아마도 어린애를 훔쳐다 미끼를 삼아 돈을 뜯어내려 덤비는 유괴범일 것이다. 유괴범은 죄 없는 어린이를 끌고 가서 숨겨 놓고 아이의 부모에게 돈을 뜯어낸다. 아이를 볼모로 잡힌 부모는 어떠한 요구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놈들은 알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다.

대서양 횡단을 비행기로 맨 처음 했던 린드버그에게 외아들이 있었다. 횡단비행에 성공하자 린드버그 집안에는 명성과 부가 한꺼번에 쌓이게 되었다. 그러자 유괴범들은 그 외아들을 미끼로 엄청난 돈을 뜯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린드버그 부부가 찾아낸 아이는 세 토막으로 잘린 시체였다. 그리고 범인은 끝내 잡지를 못하고 말았다.

사업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외삼촌이란 자가 조카를 유괴하였던 일을 우리 모두는 잊지 못할 것이다. 외삼촌을 무서워할 어린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 외삼촌은 조카를 유괴하여 누나의 수중에 있는 돈을 후려내려고 조카를 감춰 놓고 흥정을 했다. 요구하는 대로 주기로 하고 아이를 돌려받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공범이 그 아이를 죽여서 땅에다 파묻고 난 다음이었다.

아이가 살아있으면 당연히 범죄 사실이 들통이 날 것을 안 유괴범들은 죽여 놓고 흥정을 했던 것이다. 어린이를 잡아 놓고 돈을 뜯고 그 뒤탈을 없애겠다고 토막을 내서 죽이고 목 졸라 죽이는 유괴범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말해야 할까?

아! 인간은 유괴를 할 수 잇을 만큼 포악한 근성을 감추고 있는 더러운 짐승일런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