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공판서 "당시 지휘부, 현 남편 과실치사 치중"
수면유도제 감정 통보 후 뒤늦게 수사 무게 옮겨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 등으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재판에서 충북경찰이 의붓아들 사건 초기 고씨의 현 남편 A씨(37)의 과실치사에 무게를 둔 정황이 드러났다.
'의붓아들 사망' 사건 초기 잘못된 수사방향으로 실체적 진실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를 끝내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고유정 전 남편 살인사건과 의붓아들 살인사건 병합 후 두 번째 재판이자 9차 공판은 지난 16일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의붓아들 B군(5)의 시신을 부검하고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대학교 법의학연구소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부검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이를 감정한 법의학자는 재판에서 B군의 사인은 얼굴과 목, 가슴 등에서 나타난 점출혈 등으로 볼 때 압착성 질식사 또는 외상성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A씨가 잠결에 아들을 다리로 눌러 숨지게 했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증인은 "경찰이 부검 전 아버지가 자는 아이 몸에 다리를 올려놨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부검을 해보니 포압사 가능성은 낮아 수사를 해봐야 한다는 소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또 부검의는 부검 후 경찰과 전화통화에서 시신에 외상이 없었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수사기록에는 "외력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실제 대화와 다른 내용이 쓰여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지휘부는 A씨의 과실치사에 큰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경찰은 A씨의 과실치사 혐의에 방향을 잡고 있었지만, 뒤늦게 국과수에서 수면유도제 성분 검출 감정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은 고씨와 A씨 사이에 오간 SNS문자 내용을 토대로 그의 잠버릇에 의한 과실치사 가능성을 판단했었다. 이런 판단에 A씨에게 '수면다원검사'를 권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충북경찰이 고씨를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긴 했지만, 혐의를 뒷받침 할 결정적 증거 부재는 아쉬움으로 돌아왔다.
사건 초기 수사지휘부가 A씨의 과실치사 혐의에 무게를 둘 당시 내부에서 의견 충돌을 빚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계자는 "당시 수사지휘부와 담당 수사관이 많은 마찰을 빚었다는 이야기와 A씨 모발에 수면유도제 성분이 나오면서 수사방향이 급선회 됐다는 등 이야기가 내부에서 암암리 돌았다"고 전했다.
의붓아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팀의 경우 팀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원이 다른 형사팀 또는 지역경찰로 이동하면서 이 같은 소문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당시 수사에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경찰관계자는 "당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으며, 유기적인 방향으로 진행했다"며 "어려운 사건내용으로 팀원들 말고도 많은 수사관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등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고, 내부 마찰과 상관없이 개인의 의사에 따른 이동"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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