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어느새 올 한 해도 세월의 길모퉁이를 지나 저물어 가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이맘때쯤이면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삶을 반추(反芻)하기도 한다. 과연 나는 그 동안 잘 살아 왔는가를 말이다.

무릇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밀도 있는 생활’을 영위할 필요가 있다. 밀도(密度)있는 생활이란 ‘주어진 시간을 제 대로 채워가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삶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정한 면적에 그 무엇이 빽빽이 담겨지기 위해서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그 본질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를 바탕으로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따라 높은 밀도를 지닐 수가 있는 것이다.

흔히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을 의식하며 사는 것은, 결코 본질적 삶이 아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들을 추구함이 참다운 삶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잠시 멈추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간에 사유(思惟)와 성찰(省察)로 자신을 헤아리면서, 농밀(濃密)한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다.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거나 오래 살아남는 것도 뿌리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하물며 이성적 존재인 인간은, 깊은 성찰로 밀도 높은 시간을 만들어 가야만 된다. 이를 두고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 하였으며,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도 ‘모든 사물의 원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하였다.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자면 여러 가지 고난과 위기를 겪으며 좌절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스스로 단단함을 갖출 수 있도록, 고유한 값의 밀도를 유지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나무도 추운 기간에 자란 부분은, 더운 기간 동안 자란 부분보다 작지는 하지만, 훨씬 더 단단하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평소에 끊임없는 준비와 훈련으로, 어지간한 시련에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그런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가 정해 놓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지극히 주관적 경험의 산물이다. 따라서 자기의 인생 노트에, 무엇을 어떻게 써 내려갈 지는 결국 자기 몫이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오래 묵은 나이테와 같은 그런 힘도 축적해가야 한다.

모쪼록 우리네 인생도 질량(質量)을 키우면서, 강하고 단단한 생각의 근육을 만들어, 밀도 있는 삶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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