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블랙 아이스(Black Ice)'다. 녹았던 눈이나 비가 얇은 빙판으로 변한 상태를 말하는 블랙 아이스는 겨울철 도로에 눈이나 비가 내려 노면에 형성되는 살얼음이다.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투영돼 운전자가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겨울철 '도로의 암살자'로 불린다.

도로의 그늘진 곳이나 고지대, 결빙에 노출된 교량이나 고가 차도에서 자주 생긴다. 블랙 아이스가 있는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제동 거리가 10배 안팎, 눈길보다도 6배 더 길어져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블랙 아이스 구간을 지날 땐 급제동이나 가속, 핸들 조작 등이 자칫하면 죽음까지 부를 수 있는 만큼 앞뒤 차량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상황에서 저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이와 관련해 주말이었던 지난 14일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비슷한 시간 대에 연이어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쳤으며 트럭과 승용차 등 차 8대가 불에 타고 35대가 파손됐다.ㅠTV 화면 속 승용차, 화학물질을 실은 탱크로리, 트럭 등 수십 대의 차량이 화염에 휩싸이거나 부딪친 채 뒤엉켜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었다.


콘크리트로 된 중앙분리대도 곳곳이 파손됐으며 사고 구간 고속도로 양방향 4차선은 13시간 동안 마비됐다.

같은 날 충북에서도 22건의 블랙 아이스 사고가 잇따랐다.

오전 5시 28분쯤 영동군 심천면 4번 국도를 달리던 화물차가 빙판길에 넘어지면서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했다.

오전 8시 20분쯤에는 음성군 생극면 도로에서 빙판길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갓길에 정차하던 경찰 순찰차를 승용차가 추돌해 경찰관 1명이 다치기도 했다.

상주~영천 고속도로의 경우 사고 원인이 블랙 아이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발생 직후 운전자의 증언 등을 보면 블랙 아이스에 무게가 실린다.

차량을 운전할 때 안전 운행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겨울철엔 도로 결빙이 일상적이기에 운전자의 각별한 조심은 필수다.

하지만 운전자의 안전의식만으로 이번 사고와 같은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까.

사고 목격자들은 현장이 마치 스케이트장 같아 제동이 전혀 안 됐다고 했다.

사고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차량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완전 빙판길이었지만 맨눈으로 식별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도로에 염화칼슘이 살포됐다거나 열선이 깔렸다는 증언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확률이 최소 절반 이상은 존재했다는 말이다.

이번 사고는 상·하행선의 인접한 지점에서 비슷한 시간 대에 발생했다.

블랙 아이스가 생 경우 지형적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임을 암시한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 도로 관리에 허점은 없었는지 밝혀야 하고 교통 당국과 도로공사는 유사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전국 고속도로 구간을 조사, 예방 조치에 나서야 한다.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사고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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