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존엄사는 연명의료로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임종 과정의 환자의 임종 시간을 연장하지 않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치료 등이 그렇다. 연명의료를 받고 안 받고는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본인과 가족들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우리 법에 따르면 환자가 의사표시 능력이 있으면 연명의료계획서를 직접 작성하여 관계기관에 제출하면 된다.

만약 환자가 의사표시 능력이 없어도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을 때나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으면 가능하다. 여기서 가족 2인은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순으로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환자 가족이 1명뿐이면 그 한 사람의 진술로도 가능하다. 환자가 의사표시 능력이 없고 그 환자의 의사도 확인할 수 없을 때는 환자 가족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 연명의료를 하지 않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나 영양분과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연명 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난해 2월부터 한 해동안 8만6000여명이 신청을 하였다. 올해 10월 말까지는 총 43만여명으로 급증하였다. 존엄사로 불리는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은 자살과 차이가 있다.간혹 기독교인들 가운데 연명의료 중단이나 유보가 성경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며 고민하거나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일부 종교 관계자는 “연명의료를 하고 안 하고는 선택의 문제”라며 “성경과 관계없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환자에게 숨이 붙어 있는 한 가족의 도리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연명의료를 시행할 수도 있고, 의료진과 가족들이 볼 때 연명의료가 의미 없다고 판단되면 합의해서 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노인들 사이에는 임종을 걱정하며 연명치료에 대해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이들은 "자식들에게 죽음을 앞두고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살아 있을 때 보건소를 찾아 연명 신청을 했다"는 얘기다. 사람은 태어나면 생로병사를 피할 수가 없다. 그 가운데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게 죽음이다.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를 하면서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고통과 함께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생명을 연장하는 의술이 발달되어 말기 환자까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순간까지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존엄사’를 선택하고 있다. 잘 죽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잘 사는 문제에 대한 성찰이다. 이같은 연명의료가 오히려 환자나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죽음을 맞는 임종문화가 바뀌고 있다. 인간으로써 존엄을 지키며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인데 환자 본인이 결정한 경우도 있지만 환자보다는 가족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고 있다.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크게 바뀐데 이어 '임종 문화'도 변하면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일본, 대만 등은 임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사회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 오래되었다. 네덜란드는 이미 2002년부터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존엄사를 희망하는 환자를 수용할 의료 관련 인프라가 형편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자식들이 본인의 삶도 빡빡한데 부모의 죽음까지 봉양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에 힘이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존엄사가 자칫 현대판 고려장으로 악용되거나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존엄사는 ‘인간답게 살 권리’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존엄사 허용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존엄사에 대한 임종문화에 관심은 갖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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