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시간의 개념은 분명 인간이 정해 놓은 틀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맘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런 연유로 옛 성현들은 세월은 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며 아쉬워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 교육도 변화무상하게 몸을 바꾸고 있다.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말은 아침, 저녁으로 뜯어고친다는 뜻으로 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자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교육은 교육 백년지대계를 지나고 교육 오년지대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교육 조변석개에 도달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난 11월 말 교육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부 종합전형 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대입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간소화에 따른 학생부 기재항목을 축소하고 정규교육과정 외의 비교과활동은 대입에서 반영이 폐지한다. 2024년부터 학생부 비교과,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출신고교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세부 평가기준을 공개한다. 2023년 대입부터 서울 소재 16개 대학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으로 확대한다 등이다.

면밀하게 살펴보면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수능 위주의 정시를 40% 이상 확대한다는 내용이 가장 충격적이다. 정시 위주 수능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물꼬를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러한 방안은 대입 전형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우선, 정시는 AI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반영하는 교육을 방해한다. 아이들에게 창의적 사고,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능력, 정보활용 능력을 갖춘 융합적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 그리고, 정시는 사교육의 영향이 지대하여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성장 배경이나 학습 환경이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빈번한 교육정책의 변화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킨다. 교육 포퓰리즘으로 어떤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교육정책의 색깔을 바꾸니 국가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와 유사한 대입수능을 실시하던 일본이 내년부터 수능제도를 폐지한다고 선언하였다. 수능은 융합형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절한 입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일본은 수능을 폐지하고 IB교육과정을 도입하여 토론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기존 학교에서 시행되었던 교사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5지 선다형 평가에 마침표를 찍고 있는 것이다.

공정성 강화 방안은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에 토대를 두고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바뀐다면 어떤 국민이 그 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헌법 제31조 제6항에는 '교육제도 법정주의'가 엄연히 명시되어 있다. 교육제도가 정권에 따라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적 장치이다. 교육이 정치적 포퓰리즘에 희생되는 민족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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