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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을 잡으려면 쥐고 있는 것은 놓아야 한다곽봉호 옥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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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5  14: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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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곽봉호 옥천군의원

새것을 잡으려면 쥐고 있는 것은 놓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어디 그런가. 움켜진 손으로 뭔가를 또 잡으려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해 상처를 입는다. 자신이 한 말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베푼 은혜가 되레 서운함이 되어 돌아온다. 모두 뭔가를 놓지 못한 탓이다.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 요 임금이 허유라는 은자(隱者)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허유는 사양했다. "뱁새는 넓은 숲에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黃河)의 물을 마셔도 배가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허유는 이 말을 남기고 기산(箕山)으로 거처를 옮겼다. 요 임금이 기산을 찾아가 그럼 구주(九州) 땅이라도 맡아달라고 청했지만, 허유는 단호히 거절했다.

요 임금의 말로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여긴 그는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왜 그리 귀를 씻고 계시오?" 소 한 마리를 앞세우고 가던 소부(巢父)가 그 까닭을 물었다. 허유가 자초지종을 말하니 소부가 껄껄 웃었다. "그건 당신이 지혜로운 은자라는 소문을 은근히 퍼뜨린 탓이 아니오" 그가 물을 따라 올라가자 허유가 물었다.  "어디를 가시오" 소부가 답했다. "당신 귀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순 없지 않소"

장자(莊子)는 장자 외편에서 허유 등 권력을 거부한 자들을 소개한 뒤 다음의 말을 덧붙인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린다'(得魚忘筌).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인데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어버린다(得兎而忘蹄). 말은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인데 '뜻을 얻었으면 말은 잊어버린다'(得意忘言)" 쓰임이 다한 것을 데리고 다니면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베푼 은혜를 품고 다니면 서운함이 마음을 짓누르고, 뱉은 말을 담고 다니면 늘 남의 행동거지를 살핀다.

장자는 "말을 잊은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말을 잊는다는 건 뭔가에 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뱁새는 나뭇가지에 매이지 않기에 자유롭고, 두더지는 강물에 매이지 않기에 족하다. 취하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건 반쪽짜리 지혜다. 사유경(蛇喩經)이란 불경에는 이런 재미있는 비유가 나온다. 부처님이 비구(比丘)들에게 집착을 버리도록 하면서 설법한다.

어떤 나그네가 평화의 땅으로 가는데 뗏목으로 바다를 건너야 한다. 무사히 건넌 뒤 뗏목으로 큰 덕을 보았으니 메고 가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도 건너게 두고 가느냐고 묻는다. 이럴 때는 두고 가도 할 일을 다 한 것이며 궁극에는 교법마저 잊는 경지(境地)까지 가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수단과 과정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을 버리라는 말이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필요 없다. 강을 건너고도 배에 연연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깨달음을 얻고도 성인의 이름이나 경전의 자구(字句)에 연연하는 것은 지엽말단(枝葉末端)에 얽매인 태도이다. 본질을 얻었는데 외피(外皮)가 무슨 소용이랴. 목표를 달성했으면 수단은 잊어야 한다. 나아가 목표를 성취했다는 사실마저도 잊어야 진정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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