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서원대 교수

 

[내일을 열며] 이광표 서원대 교수

문화재 있는 곳엔 늘 문화재 안내판이 있다. 박물관 전시실에도 있고 야외의 고궁이나 산속 사찰에도 문화재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박물관의 홈페이지나 홍보책자 등에도 안내문이 있다. 그런데 이런 문화재 안내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어렵다고 한다.

문화재 안내판을 고치자는 의견이 많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올해 문화재청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문화재 안내문안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진행될 것 같다. 이런 분위기와 노력에 힘입어 문화재 안내판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얼마 전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재 안내문을 쉽게 쓴다는 것이 사실은 보통 일이 아니다. 수백 년~수천 년 전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문화재를, 오랜 세월과 복잡한 의미 등이 얽혀 있는 문화재를 불과 몇 백 자로 간단하고도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좀 더 쉽고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감동적인 안내판을 원한다.

문화재 안내문에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정보가 있다. 이른바 6하 원칙 같은 것이다. 6하 원칙을 무시하면 그 문화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6하 원칙만으로는 좀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읽는 이들은 안내문에서 6하 원칙 이상의 감동과 스토리를 원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이 쉽지, 실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 어떤 것이 좋은 문화재 안내판일까. 정답은 없다. 문화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 역점을 두어야 할지, 쓰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 전문가의 생각이 다르고 보통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 쓰는 사람은 쉽게 썼다고 생각하는데 읽는 사람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문화재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고, 어떤 문화재는 수난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떤 것은 형태상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결국, 그 문화재를 잘 아는 사람들과 문안을 작성하는 사람, 담당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논의한 뒤 결정할 일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것 같다. “개별 문화재마다 사정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이 또한 딱 하나 꼬집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감히 이렇게 말하겠다. “사람들이 읽고 나서 궁금한 점이 최대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감동도 좋고 스토리텔링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나서 궁금증이 남지 않게 하려면, 글을 쓰는 사람이 해당 문화재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겉과 속, 과거와 현재를 모두 풍성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은 곧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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