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우리가 지금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실업률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인력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온다. 2013년에 인공지능 켄쇼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후,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않고 오직 일만 하면서, 월 스트리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던 600명이 한 달 동안 처리할 업무를 3시간에 끝냈다. 그 후에 월스트리스에서는 대량 해고가 이루어졌다.

또한 영국의 왕립의사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인간 의사의 질병 진단 정확도는 52~98%로 실력과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영국 바빌론헬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는 질병의 진단 정확도는 98%도 항상 일정하다. 이제 사람들은 명의를 찾아다니느라 고생하지 않고 인공지능 의사를 만나는 것을 원할 것이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간 의사는 불친절하고 실수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의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간의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떨까? 지금과 같은 지식 중심의 교육이라면 인공지능 교사가 월등히 훌륭한 교육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교사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모든 교수법을 알고 있으며, 대상 학생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수행할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교사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불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육 문제 중 하나이므로, 아마도 인공 지능 교사로 대체되는 것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무엇이든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쌓여 온 지식 면에서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 역량보다 뛰어난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일본은 2012년에 재빨리 입시위주의 교육을 버리고 2020년까지 바칼로레아 교육으로 전환하는 교육혁명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공정이라는 당위성 때문에 주관적인 평가를 경시하고, 객관적인 지식 중심의 교육을 중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 중심의 교육 경쟁으로 대학선발이 이루어지고, 명문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평생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을 하루 빨리 바꾸지 않으면 인공지능의 명령을 받는 하위 계층으로 순식간에 전락할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 공감 능력, 그리고 소통 능력 등이다. 그리고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끈기와 열정을 기르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 한 명 한명을 소중히 여기고 이들에게 이러한 역량을 길러줄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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