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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로의 염원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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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6  14: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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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시평]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해마다 연말이면 전국의 대학 교수들이 그해의 사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뽑는다. 2019년의 사자성어로 ‘목숨, 즉 명을 함께 하는 새’라는 뜻을 지닌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 교수들이 제안한 여러 사자성어 가운데 ‘올해의 사자성어’로 천여 명의 교수 중 30%가 공명지조를 선택한 것이다.

공명조는 불경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다른 머리는 밤에 각각 일어난다. 어느 날 한 머리가 몸에 좋은 열매를 다른 머리의 몫까지 먹었다. 이로 인해 화가 난 다른 머리는 독이 든 열매를 먹어버렸고 결국 공명조는 죽었다. 한쪽의 잘못으로 공멸하는 ‘운명공동체’의 이야기로, 한 몸이면서 양편으로 분열되어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흡사하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며,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안타까움이 든다”고 했다.

올해만큼 공정과 공평이 화두가 된 적이 일찍이 있었던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청년 실업과 끊어진 계층 사다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기득권층의 특권과 반칙이 보통의 20대 청년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일부 청년들이 만든 ‘공정 사다리’는 지금 한국이 처해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사회적 문제의 상징이다.

인천의 한 마트에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식료품을 훔친 ‘장발장 부자’의 소식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마트에서 훔친 물건들의 금액은 약 1만원이다. 아버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지만 네 식구의 생계유지가 어려웠다는 딱한 사정을 들은 마트 주인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용서했고 경찰관은 훈방했다. 대중의 관심은 부자에게 따듯한 국밥 한 그릇을 사 준 경찰관과 그들의 식탁 위에 20만 원을 두고 간 사람에게 쏠렸다.

경찰관은 “요즈음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딨습니까”라고 했지만, 이것이 2019년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측은지심으로 선의를 베푼 그 사람들에게 대중들이 열광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메말라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최상위 계층 사람들이 보여준 이기적 행태에는 그만큼 분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작금의 우리 사회는 여러 면에서 양극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 정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정부 차원의 여러 정책이 실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들이 많다.

두 개의 머리가 다 살아야 잘 사는 공명조가 되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경찰관, 사업가로 밝혀진 그 기부자가 되어보자.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가 되는 것은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다. 작은 변화가 마침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진실을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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