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월요일 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의 열차는 이제 곧 12월의 종착역에 도착을 한다. 돌이켜보니 나는 또 무임승차를 한 채로 빈 몸만 실고 달려왔다.

수없는 정거장과 간이역을 거치면서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남는 것은 회한과 아쉬움뿐이다. 넘어지고 상처 나면서 달려온 시간들이 이제 기억의 저편에서 빛바랜 흔적들로 남는다. 새로운 계획과 야무진 꿈들로 시작했던 그 시발점에서의 설렘은 다 어디로 가고 빈 보따리만 남은 듯한 허무한 마음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은 바쁘게 종종 걸음을 걷게 된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사랑하며 용서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행복마저도 미루고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에 대한 어리석음이 부끄럽다. 아픔보다는 기쁨이 기쁨 보다는 보람이 나의 삶을 채우게 해달라고 소원했었다. 때로는 어지럽고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있기 쉽지 않았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기도했었다. 고독해도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기를 거듭거듭 기도해본다.

12월은 감사의 달이다. 미련과 회한이 더 많은 지난 시간들이었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울게도 웃게도 했던 그 혹독한 시간들이 나를 이만큼 키워 준 고마운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일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사랑하고 미워도 하면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음도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다. 당연한 듯이 생각하며 고마움과 감사함을 잊고 살아온 관계들에 대해서도 12월은 자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사랑받기보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하며 사는 일이 진정한 행복이란 것을 시간은 깨닫게 한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한 장도 아쉬움을 남기고 새 달력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한다. 지난 달력에는 올 한해의 내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집안의 대소사부터 업무일정 가족들의 생일과 기념일들이 기록이 되어있다. 달력 속에는 크고 작은 결실들이 지나온 발자취를 말해주듯이 동그라미와 메모로 새겨져있다. 메모가 되어있는 칸칸이 즐겁고 기뻤던 순간들이 많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들이다. 이만큼의 행복과 사랑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올해의 달력이 내려지는 동시에 나와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들은 기억의 저편에서 그리움이 되리라.

12월의 묶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로운 시간의 달력을 걸면서 나는 또 조용히 말하리라. 지난 시간도 감사했지만 새로운 시간도 더욱 행복하고 감사가 넘치게 해달라고...묵은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하게 해달라고...올 한해 마지막 종착역 12월을 보내면서 새해를 맞이할 힘찬 발걸음을 내 딛으리라. 우리는 또다시 원하던 원치 않던 새해 아침에 뜨는 희망찬 열차에 운명처럼 승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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