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돈을 평생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제 몸 누울 집 한 칸 마련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게다가 노인들에게는 늙으면 모든 인간에게 자연스레 찾아오는 노환의 치료를 위해 그 집을 팔아서 해결해야 할 지경이여서 지금의 복지 정책이 흡족해도 한편으로는 가혹하게만 보일 수 있다.

노인들은 자녀들을 대학까지 공부시켜도 취업이 되지 않아 밥벌이도 어려운 자녀들에게, 이젠 부모가 늙었으니 부양의 의무 운운해가며 책임을 물어봐야 아무런 메아리도 없는 것이 현실이여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문 정부는 미래 세대인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홀로 노인, 고시원, 쪽방 거주자 등 주거지원 등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강도 높은 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성과를 점검해 추가적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지원 대상을 확대 할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 본다. 최근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가난한 '개인'이 복지혜택을 받을 기회가 박탈 당하는 사례도 흔하다.

제도상 근로능력자로 분류되는 거리부랑자도 일자리로 내몰리는 경우가 있다. 복지 수급 신청 절차와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다. 또 복지 전담 공무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이러한 제도와 지원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극빈층의 극단적 선택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개선의 출발은 가난을 바라보는 사회인식의 변화다. '가난이 게으름에서 생겨났고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서둘러 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정부와 지역사회가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후덕한 복지 정책속에서 최근 대구에서는 40대 초반 부부와 중학생 아들, 초등생 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하였다.

가장이 몇 년 전 개인사업을 하다 부도난 뒤 생활고에 시달렸으나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아니었다고 경찰이 전하였다. 지난달에는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여성 가장 등 일가족 4명과 함께, 같은 달 서울 성북구의 다가구주택에서도 네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반복되는 '가족 비극'을 단순히 개인의 불행으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회와 국가 복지 시스템에 구멍이 뻥 뚫렸다고 봐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지 예산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액되고 있는데도 비극은 더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노동 분야 새해 예산은 전체 예산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복지예산이 해마다 증가하고 사회복지 전달체계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되는 추세인데도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 현금 살포성 복지 예산 지출도 해마다 엄청나게 증가 하고 있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등 현금을 뿌리는 복지 행정이 그렇다. 정부가 선심 쓰듯 복지예산의 지출을 확대하는 판국에 개인과 가정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복지 전달 체계에 고장났다고 봐야 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속수무책이다. 가족 붕괴는 조만간 전체 공동체의 붕괴로도 번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실용주의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선심 복지보다 비극을 막는 게 급선무다. 또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가부장적 사고체계도 개선하는 데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한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힘들게 생활하는 사회 소외계층을 적극적인 지원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좁혀나가는 노력만이 선진국을 향해가는 사회의 공동 목표임을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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