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2019년 기해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하고 녹록치 않았던 해였다. 북핵 위기가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은 과거사 왜곡으로 한일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돼가는 과정에서 민족의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또한 국내의 정치력 실종으로 국가대통합과 국민화합이라는 대명제는 사라지고 민생경제는 불안하게 이어져 왔다.

더욱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를 갈라놓는 메가톤급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입시 특혜·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을 제기하며 부적격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검찰이 관련 의혹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착수하며 이른바 '조국 정국'이 펼쳐졌다.

조국 정국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과도 같아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그야말로 '조국 국회'를 방불케 했다. 또 서초동 '검찰개혁 촉구' 집회와 광화문 광장의 '조국 사퇴' 집회가 경쟁적으로 열리면서 여론은 두 동강 났다. 

정치권도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1년 내내 대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이 꾸민 이른바 '4+1 협의체'가 패스트트랙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장외 투쟁 등으로 총력 저지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27일 '4+1 협의체'는 '준(準)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같이 제1야당을 제외한 채 일방적으로 개정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2019년 대한민국은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한 해를 보냈다. 민심은 두 갈래로 나뉘었고, 정치적 공방은 장외로 옮겨가 급기야 광장은 둘로 쪼개졌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 의식 가치관 조사에서도 '진보와 보수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

또한 경기도 조사에서 도민 10명 중 9명이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느끼고 있고, 이 가운데 '이념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지난 2017년 조사 때 15%에서 2년여 만에 55%로 수직 상승해 최근 조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분열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는 사회적 합의와 사회통합 등을 저해할 뿐이다.  

다가오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는 이 같은 갈등이 모두 치유되고 화합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국민 모두가 다산과 풍요, 번영을 상징하는 쥐처럼 행복한 한 해를 보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