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기고]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도서관은 책 보는 곳이에요? 공부하는 곳이에요?”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필자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다. 그러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도서관은 너희가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야~” 필자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신나게 뛰어놀고 또 오고 싶은 곳이 되길 바라는 도서관 사서이다.

‘도서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요함! 정숙함! 차분함!’이다. 실제로 나 또한 어려서부터 도서관 문 앞의 ‘정숙’이라는 두 글자를 도서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조용히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나 또한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나를 비롯한 어른들에게 고정관념으로 박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사서가 되면서 각종 자료는 물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각종 체험프로그램 등으로 가득한 도서관은 ‘정숙’이라는 단어보다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나와 같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도서관은 신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도서관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도서관 체험프로그램을 4월부터 12월까지 40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어린이집 유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여 도서관 이용교육과 전문 강사님의 책놀이 수업으로 다양한 독후활동을 통해 독서는 물론 도서관과도 친숙해지는 시간이다.

처음에 아이들이 선생님 손에 이끌려 도서관을 왔을 때는 많이 어리둥절해 하고 낯설어한다. 하지만 일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를 배우고, 이내 곧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책을 보물찾기하듯 골라보고 도서관을 놀이터 삼아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책놀이 수업까지 하면서 오리고 붙이는 독후활동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 얼굴에는 세상 무엇보다도 맑은 미소가 퍼져나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보다도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더 잘 이해하고 온전히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호응도가 좋아서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회의를 거쳐 그 다음해에 까꿍책놀이, 엄마와 함께하는 동요놀이 등 유아프로그램을 더 개설하였다. 직원들이 모두 합심하여 더 좋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결과 프로그램 참여율은 물론 도서관 이용자 수 또한 전년도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 

연말에는 아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해준 도서관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도서관을 방문하여 직접 만든 손편지와 감사노래를 불러주는 행사도 있었다. 아이들의 편지를 읽어보면 대부분 ‘도서관이 너무 좋다’ 혹은 ‘너무 재밌다’라는 글들이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서로서 정말 뿌듯하였다.이렇듯 도서관이 재밌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체험프로그램 1회 참여로 도서관 방문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원이나 놀이방이 아닌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러한 과정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꿈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며 본인의 성장과정에 있어 중요한 순간들을 도서관과 함께했다는 생각과 더 나아가 이 사회 전체에서 도서관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공간인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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