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청주시 상당구 건설과 주무관

 

[기고] 김상현 청주시 상당구 건설과 주무관

지하수는 물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귀한 담수 자원이다.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잘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지하수를 개발·이용할 때에는 국가에서 허가를 받은 후 써야 한다. 사용자는 지하수 개발·이용 시 주변 지하수나 암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조사해 지하수 영향조사서를 허가 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지하수 허가 승인을 받은 후에도 2년마다 사후관리를 구청에 보고해야 하며 5년마다 허가 연장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개인이 100t 미만의 적은 규모의 지하수를 쓰는 경우에는 허가보다 간단한 절차를 밟아 신고를 하고 지하수를 개발할 수 있다. 신고증을 수령한 후 지하수를 개발하고 수질검사와 준공검사를 받으면 비로소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하수를 개발하는 가장 일반적인 목적은 농사를 짓는 데 사용하거나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가정에서 물을 쓰기 위함이다.

이렇게 지하수를 양수해 보급하는 시설을 관정이라고 한다. 관정은 20m에서 깊다면 100m까지 땅속을 구멍 내 물을 양수하기 때문에 그 구멍으로 오염 물질이 들어가 지하수나 상수원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하수법이 없던 시절에는 마구잡이로 지하수를 개발하는 바람에 지하수가 오염되기도 하고 방치된 천공을 수습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수를 개발·이용할 때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구청에 신고한 뒤 지하수를 개발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관정시설은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토지를 매매할 때 계약서 내용에 지하수 양도·양수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토지를 매매하면 그 토지에 있는 관정 시설도 함께 매매가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상호 간에 그런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구청에 지하수 권리·의무 승계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구청에 등록돼 있는 지하수 개발·이용에 대한 신고자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 매매를 통해 지하수의 사용자가 바뀐다면 지하수 권리·의무 승계 신고서와 함께 지하수 양도·양수 내용이 적힌 계약서를 첨부해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지하수를 양도·양수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고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실제 지하수 사용자가 지하수에 대한 의무를 다하거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합법하게 신고한 관정시설을 사용하면 지하수 이용 부담금도 납부하고, 매년 재산세도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구청에 지하수 권리·의무 승계 신고를 하지 않으면 기존 신고자에게 계속 세금이 부과된다.

또 관정시설을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을 때는 구청에 종료 신고를 하고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데 이는 구청에 등록된 사람이 할 수 있다. 관정시설도 일종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토지 주인이거나 관정의 실사용자라고 할지라도 정식으로 양도·양수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마음대로 관정시설을 종료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다.

권리뿐만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관정 시설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공산이 있다고 생각하면 구청에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관정시설의 사용자가 바뀐다면 반드시 구청에 신고해 실제 사용자가 해당 관정시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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