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어느덧 또 한 해가 가고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이하였다. 지난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처럼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 많았다. ‘하노이 결렬’ 이후 벼랑 끝에 선 남·북·미 관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일본의 백색국가 한국 제외와 지소미아 갈등,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우울한 일들이 많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것은 큰 경사이다.

새해가 떠올랐다. 1월 1일 일출은 오전 7시 26분에 독도를 시작으로 7시 31분 울산 간절곶, 7시 42분 청주 우암산, 서울은 오전 7시 47분이었다 한다. 필자는 1월 1일에는 갈 수 없어 며칠 앞당겨 일출 여행을 다녀왔다. 정동진, 호미곶처럼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포항 ‘장기 일출’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빌고, 다짐을 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

포항시 장기면은 포항시의 최남단이고 문무대왕 수중릉으로 유명한 경주시 감포읍에서 멀지 않았고, 왜구들의 침입이 심해서 필사항전으로 물리친 충효의 고장이다. 전날 일출암 답사를 한 후, 부근 ○○횟집에서 숙식을 한 다음 새벽에 도착하니 금곡교 위에는 12월 하순인데도 일출 출사 나온 10여 명이 모인 것을 보고 포항시 남구 장기면 신창리 ‘일출암’에 잘 왔다고 생각했다.

새벽 바닷바람에 좀 떨렸지만 일출 장관을 지켜보려 몰입하였다. 여명과 함께 수평선 구름을 헤치고 조금씩 장엄한 모습을 보여줄 때 신비롭고 가슴 벅찼다. 마치 몇 년 전에 운무(雲霧)가 걷힌 후에 본 백두산 천지 모습 같았다. 어둠을 물리치고 떠오르는 경이로운 필설로 다 형용하기 어려운 장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태양이 어둠을 몰아내듯 새해에는 여러 분열과 갈등을 추방하고 화합하며 상생하면 얼마나 좋을까.

날이 밝으니 한 폭의 국보급 산수화가 펼쳐진다. 촛대처럼 솟은 바위와 갯바위 틈에 자리 잡고 모진풍파를 견디며 오랜 세월을 지켜온 구부정한 해송들 사이로 떠오르는 영롱한 해님의 조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육당 최남선이 ‘장기 일출’을 조선 십경(十景) 중 하나로 꼽을 만큼 뛰어난 일출 명소이고 포항의 해금강이라는 것을 일출암 안내판을 보고 알았다.

새해에는 소망하는 일들이 많다. 국가적으로는 국태민안(國泰民安) 속에 국익을 우선하고 경제 살리기를 해야 하겠고, 개인적으로는 건강, 취업 등 많은 계획과 결심이 있게 된다. 작은 일부터라도 개선할 것은 과감하게 바로잡는 새해가 되어야 하겠다. 필자는 ‘미리미리 하기’와 ‘미루지 않기’를 실천하고자 한다. 모든 일을 촉박하게 하면 충실히 할 수 없고 능률도 오르지 않고 스트레스만 받게 되고, ‘하루 미루면 열흘 간다.’는 말처럼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자꾸 늦어지고 영영 못할 수도 있지 않는가.

모쪼록 새해에는 경사스러운 일, 발전적이고 희망찬 일들이 많고, 각종 갈등, 국론 분열, 한 맺힌 일은 다 날려버리고 흥겹고 행복한 2020년이 되길 포항 장기 일출을 보며 기원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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