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1시 11분 11초 대전 갑천변 달려
88세 노인·초등학생 등 남녀노소 참여

[대전=충청일보 이한영 기자] 2020년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오전 11시 11분 11초, 대전 갑천 엑스포 다리에서 출발 구호를 기다리던 3000여 명의 시민이 힘차게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윗옷을 아예 벗었거나 반소매 옷을 입고 있던 이들은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얼굴 가득 미소를 보이며 갑천변을 내달렸다.

매년 새해 첫날을 기념해 열리는 대전 맨몸 마라톤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가족, 연인, 친구들은 이른 아침부터 갑천변을 찾아 준비운동을 하고 몸을 풀었다. 

과감히 벗어젖힌 상체에 '5년째 솔로', '새해 복 많이', '쥐처럼 부지런히' 같은 문구를 보디 페인팅으로 써넣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88세 최고령 참가자부터 아빠 손을 붙잡은 초등학생까지 연령대는 각양각색이었다. 참가자 거주지도 다양했다. 충청권뿐만 아니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도 이색적인 새해맞이를 위해 기꺼이 참가했다.

 

마라톤 동호회원 10여 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권소정씨(35)는 "새해엔 온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참가자 모두 소망이 이뤄지는 한 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인 박수홍, 윤정수, 김경식, 이동우 씨도 함께 대회를 즐겨 많은 이의 환호를 받았다.

충청권 주류 기업 맥키스컴퍼니에서 주최한 맨몸 마라톤은 엑스포다리를 출발해 한밭수목원, 유림공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공원 등 7㎞ 구간을 달리거나 걷는 행사다.

순위나 기록을 매기는 대회는 아니다. 유모차를 밀며 천천히 코스를 소화해도 된다.

달리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따뜻한 떡국을 먹으며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대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함께 새해를 만끽하는 기회"라며 "모든 분이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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