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충청칼럼]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면서 우리는 농업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수입되는 외국 농축산물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 농가에게는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아 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는 추후 WTO 협상에서 개도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농업에서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러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쌀 등의 민감한 분야는 계속 보호하기로 하고 피해 보전대책을 수립하겠으며 공익형 직불제를 조속히 도입하고 농업예산을 증액하는 등의 몇 가지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개도국 지위 포기는 사실상의 농업 포기와 다름없다며 농업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나오자 정부는 당장 개도국 지위포기가 아니라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당장 농업에 큰 피해는 없다는 해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누려온 개도국 지위에 하나도 영향이 없다. 당장 새로운 무역협정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농업인들에게 바뀌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이에 당장 농업을 위해 추가로 지원을 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에 어느 시점에서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턱만 고이고 있을 수는 없기에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이번 발표로 불안해하는 농업인들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농민단체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대신 농업 상생기금 조성, 공익형 직불제, 최저가격 안정 보장제, 청년농업인 지원금, 상생기금 관련 총리실 산하 위원회 설치 등 6가지 대안을 요구해 왔다.

아직도 취약한 우리 농업 경쟁력 차원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는 어려운 농업환경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월 12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농정 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서 지속가능한 농정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혁신과 성장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도록 농정의 틀을 과감히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첫째로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으로 지속가능한 농정의 핵심인 공익형 직불제와 환경 친화적 농업정착을 제시하고 두 번 째로 “살고 싶은 농어촌”을 위해 응급상황 대응이 가능한 생활권구축과 관광자원 개발에 역점을 두고 세 번째로 “농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 선진화” 네 번째로 “스마트한 농업 육성” 마지막으로 “푸드플랜을 통한 안전한 먹 거리 제공” 등 다섯 가지를 농업정책의 주요 지조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크게 요약하면 생산위주의 농업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년도 농업예산을 전년에 비해 7,6% 증가한 15조 7743억 원으로 증액하고 농정사상 최초로 공익형 직불금 2조 4천억 원을 반영하였다. 처음 반영된 공익형 직불금의 예산은 우리 농업의 현실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이지만 우리의 농정 기본을 바꿀 수 있는 주춧돌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결국 생산위주의 농업은 소멸했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발표한 농정의 틀 전환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통한 농업의 부가가치 실현이라는 큰 틀로 농정을 바꾸어가겠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먹 거리를 책임지는 농업. 농촌이 새롭게 변화해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업은 이젠 사람들의 창자만 채워주는 산업이 아니고 사람들이 휴양하고, 힐링하고, 관광하고, 체험하고, 학습하는 복합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인 스스로 환경을 지키고 실천하면서 농촌이라는 공간을 좋은 공기와 깨끗한 물로 충만 된 공간으로 보호하고 가꾸어 나가야 하며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은 나와 나의 가족의 먹을거리라는 책임의식으로 농약, 화학비료 등의 사용을 절제하면서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생산의 양보다는 질을 더 소중히 생각하면서 농촌의 환경을 보호하고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농업, 농촌이 기여한다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축하고 우리의 농업을 바꾸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새롭게 다가온 경자년 (更子年) 쥐의 해를 맞이하여 변화하는 농정의 틀에 맞는 새로운 농업이 길을 찾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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