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진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건강칼럼] 구은진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애들 보약은 언제부터 먹일 수 있나요?” 한방병원 소아과 진료실을 찾는 부모님들에게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서, 키가 잘 크지 않아서, 또래에 비해 왜소한 체격이 걱정돼서, 근래 부쩍 힘들어하고 피곤해하는 모습이 보여서, 크면서 주기적으로 먹는 게 좋다고 해서... 부모님들은 많은 이유로 자녀의 보약을 지으러 온다.

보약을 먹는 나이가 정해져 있을까? 일반적으로 한약 복용은 아기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성인에 비해 소아는 체중 및 개월 수 등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데 이를 모유나 분유에 섞어서 줄 수도 있고, 한약재를 끓여서 나오는 증기(휘발 성분)만을 모은 맑은 증류한약으로 보다 먹기 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한편 ‘보약’은 일반적으로, 지금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특정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아이에게 선천적으로 부족한 부분, 체질적으로 기운이 약한 부분을 보강해주고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원활한 성장을 돕기 위해 처방하는데 보통 돌 이후부터 짓는다. 특정 한약재 구성이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기본적인 체질 및 소화기계, 호흡기계 등 장부(五臟六腑, 오장육부) 기운의 허실(虛實, 기운의 부족과 넉넉함의 균형을 보는 것)을 살피고 진찰 내용에 따라 아이에게 맞는 한약재를 구성한다. 어른과 다른 아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키 성장도 중요하지만 신체 내 여러 구조와 기능의 발달이 성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일어난다. 올바른 성장 발달을 도와주는 보약의 목적과 개념을 생애주기별로 정리했다.

△첫 돌 보약

‘돌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엄마로부터 받은 선천면역은 생후 6개월 이후 점차 감소하여 걷기 시작하는 돌 무렵부터는 각종 질환과 질병 바이러스에 잦게 노출되며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또한 출생 후부터 만 2세까지는 평생 시기 중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1차 급성장기. 더불어 아기의 뇌는 미완성 상태에서 출발해 출생 후 급속하게 발달하며, 돌 무렵에 각 신경세포를 연결해주는 신경망이 급속히 증가하고 새로운 어휘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생리적 발달 특성에 맞춘 보약은 감소된 면역력을 높여주고, 왕성한 성장발달이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도우며 본격적인 언어 발달, 사물 인지 능력 발달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첫 돌 보약이 평생 건강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아 성장 보약

출생 후~만 2세까지가 1차 급성장기라면, 흔히 ‘사춘기’라 부르는 초등학교 중후반 무렵부터 여아는 유방 발달, 남아는 고환 발달이 시작되면서 두 번째로 키의 급격한 성장이 일어난다.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식사 습관, 적당한 운동량, 충분한 수면이 밑받침 되어야 하며 비염, 소화기 장애 등 평소 가지고 있는 문제 증상과 질병, 스트레스 등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부모님은 평소 자녀의 신체 내·외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성장 검진 (키/체중 백분율 체크, 경락기능 검사, 맥전도 검사, 체성분 검사, x-ray 촬영을 통한 성장판 검사 및 골연령 측정, 성장 예측 등)을 통해 아이의 발달,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만성 질환은 치료해주고, 급격한 신체 변화와 함께 흔들린 자율신경계나 대사 균형을 맞춰주며 부족한 장부 기능 및 기혈(氣血) 순환 강화, 근골격계 발달을 자극하여 올바른 성장을 촉진하는 보약을 처방한다.

△수험생 총명 보약

사춘기를 지나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에 오를수록 아이들은 학업량 증가로 인한 스트레스와 장시간 앉아서 공부하면서 쌓인 목, 허리 통증을 호소하곤 한다. 게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운동량은 줄어들면서 체력은 점차 약해진다. 부모님이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끼니를 거르고 몸에 좋지 않은 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학생도 꽤 많다. 공부하느라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는 수험생들은 스트레스 완화와 긴장감을 풀어주는 전반적인 신체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 방학 중에는 물론 학기 중, 시험기간에도 컨디션 관리를 위해 한방병원에 주기적으로 내원하여 치료받는 학생들이 많다. 이 시기에는 기력 증강, 체력 강화를 도모하며 집중력 및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총명탕이나 공진단과 같은 보약을 체질에 맞게 가감하여 처방한다.

단순히 ‘용(녹용)’이나 고급 약재가 들어간 비싼 약만이 보약은 아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면 치료약도 보약이라 할 수 있고, 그래서 ‘밥’이 보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밥(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섭취량이 성장 발달이나 건강에 충분하지 않다면. 올바른 영양 흡수 및 대사 운동을 돕고 기력을 증강시키기 위해서 진료를 통해 내 몸, 건강 상태를 체크한 후 나에게 맞는 올바른 보약이 필요하다. 오늘, 내 아이의 몸과 마음을 꼼꼼히 들여다보자. 무엇보다 우선하는 보약은 부모님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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